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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슴푸레 Dec 07. 2023

당신의 목소리는 웜톤입니까 쿨톤입니까

  귀 기울여 듣기 전에는 몰랐다. 목소리에도 웜톤과 쿨톤이 있다는 것을. 그 톤에 따라 반응하는 마음도 각기 다르다는 것을.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클래식 라디오를 틀어 놓는다. 하나같이 기승전결이 확실한 곡을 듣고 있으면 선율을 따라 홀연히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든다. 곡이 시작되기 전과 끝난 후엔 진행자의 목소리가 주단처럼 이어진다. 어느 것은 차갑고 어느 것은 따뜻하다. 중간중간 사연이 소개될 때도 마찬가지다. 어느 것은 덤덤하고 어느 것은 나에게 하는 말 같다.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는 목소리엔 집중해서 듣게 되고, 따스하고 생기 있는 목소리엔 마음을 빼앗기고 듣게 된다.


  녹음된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미지근한 웜톤과 미지근한 쿨톤의 사이 어디쯤이었다. 분명한 것 같지만 자신이 없고, 열의가 있는 듯하지만 감정이 과잉된 것 같은. 듣는 사람은 답답할 수도 있는 목소리.


삶이 계속되는 장면 장면마다 목소리는 달랐어야 했다.
나를 알릴 때는 기름기 뺀 쿨톤으로,
한 걸음 다가갈 때는 진심을 담은 웜톤으로.

  나를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떠올려 본다. 확신의 'T(Thinking)' 쿨톤과 공감의 'F(Feeling)' 웜톤이 고루 있다. 마치 매일 듣는, 클래식 에프엠 진행자들의 그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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