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알고 지낸 지 9년 된 동갑내기 친구 영희를 만났다. 인사 정도만 하다 서로를 걱정해 주는 사이가 되기까지 직장에서 1년이 넘는 시간을 그냥 흘려보냈었다.
영희가 내 두 손을 잡고 조심스레 물었다. "선영아, 널 위해 기도드려도 될까?" 영희는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양을 인도하는 목자(牧者)의 모습이었다. 온 마음을 다해서, 온 정성을 다해서 신께 기도하고 물었다. 불가항력이었다. 눈물이 쏟아졌다. 마주 잡은 손이 덜덜 떨렸다. 심장이 방망이질 쳤다. 그 길 아니라고, 수차례 단호히 내린 거절의 문 옆으로 새로운 문이 나는 것 같았다.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나는 누군가를 위해 이토록 간절히 기도한 적이 있었나. 나는 누군가의 기도로 이만큼 살고 있는 건 아닌가.
내 기도의 목적은 잘해야 나의 성공, 가족의 건강, 부모님의 평안, 은사님의 건강이었다. 그것도 내가 필요할 때만. 그런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순전히 제 맘대로 여기저기에 비는 '나이롱 신자'였다. 기도라고 해 봐야 산길을 걷다 돌탑을 발견하면 돌멩이 하나 슬쩍 올리고, 절 구경 하다 갑자기 생각난 듯 대웅전에 들어가 108배를 올리고, 가슴이 답답하면 주기도문을 외우는 정도였다.
기도를 드리는 경건함에 대해 생각한다. 아침 일찍 물을 길러 와, 장독 위에 떠 놓고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손바닥이 닳도록 기도하던 외할머니의 모습이 그려진다. 절에 다니며 기도로 낳은 작은외삼촌을 다시 명부전에 위패로 안치해야 했던 외할머니의 처연함에 대해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