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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슴푸레 Dec 04. 2023

꿈에 작은애가 네 살 꼬마로 나오면

  꼬박 밤을 새웠다. 얼음주머니도 물수건도 무용지물이었다. 복용 간격을 짧게 해 해열제를 먹여도 열은 38.9도에 머물렀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며칠 전 작은애가 네 살 난 꼬마로 꿈에 나왔을 때부터. 곧 아플 모양이구나 했다. 비슷한 경험이 축적되면 직감이 생긴다. 직감은 좀체 틀리지 않는다.


  꿈에 벌거숭이 아기를 밤새 업고 있었시야.
아기는 근심이라던데 뭔 일이 있을라고 그런다냐.

  엄마는 이 말을 종종 하셨다. 그 꿈을 꾸고 정말로 엄마에게 근심스러운 일이 생겼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내 경우는 그랬다. 간밤에 네 살 적 딸애가 나왔다? 머지않아 아이가 아팠다. 100 퍼센트였다. 요로 감염에 걸리기 전에도, 코로나19에 걸리기 전에도, 열 감기에 걸리기 전에도 같은 꿈을 꾸었다. 그리고 오늘, A형 독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왜 하필 네 살 때인가. 그 숫자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역시 알 수 없다. 무의식 저편엔 너무나 많은 것이 잠자고 있으니. 꿈을 꾸고 나면 조심하게 된다. 그러나 별반 소용없다. 정말 아이가 아프면 금 간 멘털이 가루가 되어 날카롭게 빛난다.


몇 번을 겪어도 아이의 고열엔 익숙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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