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흘러 흘러, 어느덧 10회기 심리 상담의 마지막 날이다. 겨우 두 달 반 만에 딸애의 생활습관이 눈에 띄게 변할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 그러나 불안의 제공자가 나라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이미큰 소득을 얻었다.
매주 아이의 상담이 끝나면 채 10분이 되지 않게, 아이의 상태를 전해 들었다. 상담 선생님은 해결되지 않은 내 부정적 신념을 이따금씩 짚어 냈다. 그때마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어머니. 여기서 다 추스르고 나가셔야 해요. 눈물 닦으시고, 휴지는 안 보이게 숨기세요. 자꾸 아이를 불안하게 하면 안 됩니다.
내 불안을 딸애가 양분처럼 먹고 자랐다는 말에 괜찮을 리 없었다. 삼키지 못하고 아이에게 독하게 뱉은 폭언이 선생님의 입을 통해 정확히 나올 때나는 발가벗겨진 듯 수치스러웠다.
아이의 상담이 이어지는 동안, 비뚤어진 나의 신념을 아프게 직면했다.
삶의 흔적이 더께로 쌓인,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부정적 신념을.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의 신념', 내 욕구는 충족되지 못할 거라는 '정서적 박탈감의 신념', 왠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취약성의 신념', 세상은 문제가 많고 문제의 연속이라는 '부정성의 신념', 당신 맘대로 하라는 '굴복의 신념', 감정을 드러내는 건 옳지 않다는 '감정 억제의 신념',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가혹한 기준의 신념', 결국 실패하고 말 거라는 '실패의 신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