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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슴푸레 Sep 24. 2022

심리 상담은 끝났지만

-강경호 선생님, 고맙습니다

  시간은 흘러 흘러, 어느덧 10회기 심리 상담의 마지막 날이다. 겨우 두 달 반 만딸애의 생활 습관이 눈에 띄게 변할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 그러나 불안의 제공자가 나라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 이미 소득을 얻었다.


  매주 아이의 상담이 끝나면 10분이 되지 않게, 아이의 상태를 전해 들었다. 상담 선생님은 해결되지 않은 내 부정적 신념을 이따금씩 짚어 냈다. 그때마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어머니. 여기서 다 추스르고 나가셔야 해요.
눈물 닦으시고, 휴지는 안 보이게 숨기세요.
자꾸 아이를 불안하게 하면 안 됩니다.


  내 불안을 딸애가 양분처럼 먹고 자랐다는 말에 괜찮을 리 없었다. 삼키지 못하고 아이에게 독하게 뱉은 폭언이 선생님의 입을 통해 정확히 나올 때 나는 발가벗겨진 듯 수치스러웠다.


  아이의 상담이 이어지는 동안, 비뚤어진 나의 신념을 아프게 직면했다.

  삶의 흔적이 더께로 쌓인,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부정적 신념을.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의 신념', 내 욕구는 충족되지 못할 거라는 '정서적 박탈감의 신념', 왠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취약성의 신념', 세상은 문제가 많고 문제의 연속이라는 '부정성의 신념', 당신 맘대로 하라는 '굴복의 신념', 감정을 드러내는 건 옳지 않다는 '감정 억제의 신념',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가혹한 기준의 신념', 결국 실패하고 말 거라는 '실패의 신념.'


  이 신념들로 똘똘 뭉친 나는 어둡고, 무겁고, 심각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태어나기를 밝고, 가볍고, 유쾌한 사람었다.


  딸애의 상담은 끝이 났지만, 이대로 끝이 아니다.


나를 알아차리고,
딸을 이해하며 받아들이는 것.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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