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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알면서도 모른 척

by 어슴푸레

"엄마, 저 가게는 뭐 하는 데예요?"

"옷 가게 같은데?"

"근데 왜 눈썹 문신, 립라인 리터치 시술이라고 쓰여 있는 거예요?"

"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사람 불러서 해 준다는 거 같아. 근데 불법이야."

"불법? 그럼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녜요?"


카페에서 나와 같이 골목을 걷고 있는데 딸이 물었다. 애 딴에는 옷 파는 가게로 보이는데 유리창에 반영구 화장에 대한 글씨와 연락처가 붙어 있어 영 이해가 안 갔나 보다. 법을 어기는 행위니 벌 받는 게 마땅하다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세상살이를 교과서대로만 할 수 없는 법. 나는 좀 길게 아이에게 설명했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옷이 잘 안 팔려. 가끔씩 옷을 사러 오는 단골들이 문신을 하고 싶어 해. 올 때마다 물어 봐. 옷 가게 사장이 문신하는 분을 수소문해서, 손님이 문신을 받으면 문신해 준 사람과 돈을 얼마씩 나눠 갖기로 해."

"그니까. 불법이잖아요?"

"불법이지. 경찰에 신고를 당했어. 옷 가게 사장은 몇 년 동안 감옥에 있거나 벌금을 내야 해. 그런데 사장에겐 두 살짜리 애가 있어. 벌금을 낼 돈이 없어서 감옥에 가야만 해. 그럼 그 애는 어떻게 될까. 지금처럼 코로나19도 심한 상황에서 엄마 없이 애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해 봐. 아이가 잘못될 수도 있겠지?"

"하아......."

"나는 의롭다고 생각해서 한 행동이지만, 그로 인해 다른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어.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 굳이 신고할 필요는 없단다."

"흐음......"

딸애는 알듯 모를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료 행위를 하는 건 당연히 불법이고, 문신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세상엔 '타투이스트(문신사)'라는 직업이 엄연히 존재한다. 네일 숍 등에서도 '반영구 화장'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아이라인 시술'을 넣고 있기도 하다. 찾는 사람이 있고, 시술을 하는 사람 또한 반대편에 있다. 법적으로는 불법이지만, 일상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안 그런 건 별로 없다. 무 자르듯 "이것만 돼!"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가 주는 것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미덕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그렇다. '묵인'과는 좀 다르다.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온전치 못한 나를 수백 번, 수천 번 눈감아 주었을 거다. 어쩌면 나 또한 그랬을 거다.


언제쯤 아이가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나와 가족 모두,
사는 동안 섣부른 판단과 행동으로 엄청난 나비 효과를 불러오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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