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마크(마인크래프트)를 일처럼 하나. 명령어까지 써 가면서. 큰애가 친구들과 폭풍 게임 중이었다.느닷없는 키보드 소리에 십수 년간 일했던 사무실의 내가 떠올랐다.
어느 날은 사분사분, 또 어떤 날은 다다다닥 맹렬히 키보드를 쳤던 때가. 문서 작업을 할 때면 으레 그랬다. 특히나 담당 연구사 선생님께 회의 자료를 넘기기로 한 시간이 30분도 안 남았을 땐 백스페이스와 스페이스의 스텝이 계속해서 꼬였다. 한 줄을 채웠다 지우고, 채웠다 지우고. 퉁퉁. 마우스 휠을 굴릴 때마다 놓칠세라 빙그르르 돌던 눈동자. 셀을 잘못 지정해 합치고 무수히 누르던 ctrl Z. 심기가 불편하면 일부러 크게 치던 엔터, 엔터, 엔터.
다 늦게 쥐구멍을 찾고 있다. 어쩌면 그리도 미숙했는지.
나 일하고 있어요.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싶었는지. 그렇게라도 표현하고 싶었는지. 남의 귀가 아플 건 생각 못 했는지. 알면서도 더 그랬는지.
키보드 치는 소음 때문에 원룸텔에 사는 이웃을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는데. 방음이 안 되는, 좁디좁은 공간에서라면 분노가 매일매일 탑처럼 쌓였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 마치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인 양 철컥철컥 소리를 내며 키보드의 타건감에 취해 있던 내가 부끄럽기만 하다. 문득 소리 안 나는 무선 키보드를 사서 조용히 일하던 진 샘이 생각난다. 그래, 일잘러는 그런 사람이지. 일부러 티 내지 않아도 결과물이 다 말해 주는넘사벽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