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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슴푸레 Dec 18. 2023

먼저 연락하지 못하는 이유

  한 며칠, 약속을 정했다 미루거나 취소한 카톡 채팅 창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다. 다시 날짜를 잡자니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아 이미 약속들이 잡혀 있을 것 같고, 모른 척하자니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하고, 정말로 볼 마음이 없으면 애초에 밥 먹잔 얘기를 안 하는 사람으로서 약속이 밀리고 한없이 날짜가 지나면 저만치 가는 시간에 속이 탄다. 지금도 그렇다. 볕 좋은 시월에 만나기로 했던 약속들은 큰애의 코로나19 확진에 11월로 조정되었으나 A형 독감으로 또다시 취소되었고, 12월에 어렵게 잡힌 약속들도 작은애의 A형 독감으로 돌연 취소되었다.


  먼저 만나자고 했던 이들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아도 크게 서운하지 않은 건 같은 이유 때문인지 모른다. 무슨 일이 있겠지, 피치 못할 사정이 있겠지 생각하고 만다. 나와 거리 두기 할 만큼 나 또 뭐 잘못했나,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지 않는다. 뜸한 연락에 약해지거나 멀어질 관계의 사람이 아니니 그냥 기다린다. 저쪽에서 톡을 해 줄 때까지 무던히.


  혹시나 오해를 할까 글을 쓴다.

틀어진 거 아니고, 맘에 둔 거 아니고, 손절한 거 아니고.


  본의 아니게 약속을 번복한 게 민망해서 그런 것뿐. 그러니 애들 방학하면 만납시다들. 미안해요(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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