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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슴푸레 Jan 25. 2024

외면과 직시

  1월 초 출장 끝나고 돌아오는 전철에서 광근 선배님이 물었다. "논문은 쓰고 있니?" 퇴사 후 1년 동안. 아니 수료 후 2년 동안 계속 피하고만 있었다. 직장을 다닐 땐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직장을 나와선 프로젝트가 너무 많아서. 프로젝트가 없는 방학엔 애들 건사하느라 바빠서. 갖은 핑계를 대며 빠져나갔다. 가 바쁘지 않을 때가 있긴 했냐. 매일같이 빈틈없이 바빴으면서. 마땅한 구실을 댈 수 없던 나는 "아뇨." 짧게 대답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고 몇 주가 지나 광근 선배님은 아무 일 없어 놀고 있을(그야말로 공부를 하고 있지 않을) 나를 훤히 보기라도 하듯 카톡을 하셨다. "생각하는 논문 제목 몇 개를 생각해 놓았다가 줌으로 볼 때 알려줘. 그걸 갖고 얘기를 시작해 보자. 논문 시작, 논문 진행을 어떻게 하는지 내가 너에게 설명해 볼게. 오케이?" 이러지 않으면 올해도 쓰지 않을 거란 걸 꿰뚫고 계셨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그리고 그날이 오늘 저녁 8시다.


  짧게나마 정리를 해야 얘기가 될 것 같아 작년에 발표하려다 급히 취소한 주제를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다시 꺼냈다. 아오 창피해. 성글다 못해 아주 구멍 숭숭이군. 학문적 글쓰기와 감상적 글쓰기는 달라도 너무 달라. 사고도 너무 달라. 방법론도 너무 달라. 거의 제2의 인격으로 탈바꿈해야 '연구'의 '연' 자를 겨우 쓸 수 있을 정도이니.


  자, 자 집중.
괜히 곁가지 키우지 말고 핵심만. 요점만.
그것이 다임.
노빠꾸.
가자!


#문#그만피하고현실을봐#언제졸업할래#금방쉰된다#일단졸업부터#하고싶은건그담에#소논문부터#스텝바이스텝#큰애랑같이졸업한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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