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덕담이나 톡 끝인사로 꽃길만 걷자는 말을 종종 듣는다. 상대에게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인생길을 꽃이 피어 있거나 장식된 길에 비유하여 이른다. 상투적으로 하는 말이든 정말 그랬으면 하는 말이든 들으면 고맙다. 응원의 힘은 세다. 말의 힘이 세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느 정도 삶을 살아온 이라면 꽃길'만' 걸을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안다. 꽃길보다 흙길을 훨씬 더 많이 만난다는 것도. 먼지를 뒤집어쓰며 묵묵히 걷는다. 일을 할 때가 그렇고, 관계에서 피로할 때가 그렇고, 사는 것이 그렇다. 점입가경. 가시밭길을 만날 때도 있다. 가시덤불을 헤치느라 손과 발에 가시가 박혀 피가 흐르고 발에 물집이 잡힌다. 더 이상 못 걸어 쉬어야 할 때도 있다. 길은 인생의 많은 국면을 함의한다.
마음이 힘들 땐 꽃길만 걷자는 말이 덕담으로 들리지 않기도 한다. 어떻게 꽃길만 걷겠어요. 이렇게 힘든데. 혹은 꽃길이 있긴 있을까요. 혹은 꽃길을 걸을 수는 있을까요. 속으로 되묻기도 한다. 그때는 응원의 말도 힘이 없다. 말은 물 같아서 주르르 흐르기도 하지만 바위에 부딪혀 꺾여 흐르기도 한다.
사흘 동안 핸드폰을 무음으로 해 두었다. 핸드폰으로 브런치 알림이 오는 소리가 듣기 싫었다. 앱을 켜고 칼날 같은 말을 확인하는 게 버거웠다. 성토 혹은 비난의 장이 되어 가는 댓글란은 용광로 같았다. 부글거리는 화가 글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정성껏 가꿔 놓은 글 밭에 돌이 자꾸만 날아들었다. 돌들을 골라 정리를 해야 할지 고민했다. 쌓여 가는 돌들이 방치되는 것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지도. 돌들에 깔려 이제 자라기 시작한 글이 시들거리는 것이 무엇보다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