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누구 누구 아세요?
저 누구 누구랑 뭐뭐 한 사이예요.
저 어디 어디 학교 나왔어요.
초면에 안 하려고 무던히 애쓰는 말들. 뱉는 즉시, 전면 승부를 피하려는 시커먼 속내가 금방 탄로 날 것 같다. 빨리 친해지고 싶고 상대가 어서 날 알아줬으면 해도 참고 참는다. 그 맘이 커져 기어이 입 밖으로 내면 "번지수 잘못 찾으셨어요."라는 말이 돌아올 것 같다. 상상만으로 뜨거워지는 얼굴. 어쩐지 상대는 이런 마음일 듯싶다.
과거의 한 지점으로 현재나 미래를 묻어 가려는, 게으르고 못된 마음.
쉽고 빠르게 내 눈에 들려고 하는 다소 깜찍한 반칙.
이제 패는 들은 자의 것.
내 세계에 당신을 들이고 말고는 순전히 나의 권리.
그러니 나와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고 속상해하지 말 것.
어차피 얕은 수로 개인적 친분을 위시한 건 당신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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