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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의 찰나

필 준비

by 어슴푸레

꽃대가 따땃하니

이제 깰 시간이야.

겨우내 언 볼이

터지고 찢어질걸.


그해 여름 기억하니

꽃 지고 뙤약볕에

매앰 매앰 매미 울고

벌 받듯 맺힌 나를.


사람들은 몰랐었지.

다음 봄을 준비하며

온몸으로 가둔 꽃눈.

구물구물 벌레들에

시름시름 앓던 나를.


그해가 중요했지

여름 지나 가을 오고

봄인 듯 따땃할 때

아냐 아냐 아직 아냐

겨울 아직 안 왔으니.


추워야 필 수 있어

어찌 그걸 모를 수가.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 불고 서리 치고.


잎에서 줄기 타고

줄기에서 꽃눈까지


이제 필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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