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지금 여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슴푸레 Apr 22. 2024

사이를 생각하다

  지난 토요일 이숲오 작가님의 북토크에 다녀왔다. <꿈꾸는 낭송 공작소>의 4장, '사이를 생각하는 시간'을 읽어 와 함께 나누고픈 문장을 낭독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작가님은 성우이자 시낭송가에 어울리는 음색이었다. 4월 20일의 탄생석과 탄생화소개가 이어졌다. 탄생석은 '클로러멜라나이트'로 뜻은 '거짓과 진실.' 탄생화는 '배꽃'으로 꽃말은 '온화'라고 했다. 배꽃은 자두꽃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했다. 배꽃은 배꽃이고 자두꽃은 자두꽃일 수 있는 이유는 그 사이에 있을 거라고 했다. 거짓과 진실 역시 100 퍼센트 어느 하나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는 무수한 사이에 존재한다고 했다.


  서로에게 울림을 준 짧거나 긴 문장을  명씩 돌아가며 읽었다. 가만히 그분들의 얼굴을 응시했다. 작가와 성악가와 언어학자와 연극 연출가와 시낭송가의 얼굴빛은 맑고 깊었다. 그분들의 이야기가 공중으로 흩어지는 것이 안타까워 때때로 휴대폰을 열어 짤막하게 메모했다.


'정답이 없는 행위를 한다는 것은 문제를 문제시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매뉴얼이 없으니 그릇된 방법이란 애초부터 없다. 누구나 동경하는 세계지만 들어가는 순간 미로의 게임. 그것을 즐길 것인가 초조해할 것인가. 모든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누구도 옳다 그르다 말해줄 수도 없었던 길이 내가 가는 순간 유일하고 옳은 길로 탈바꿈한다. 나의 길에서는 자주 돌아보아야 한다. 가끔 길을 잃을 수 있으나 결코 틀린 길을 가는 법은 없다. 적어도 온몸을 던진 길이면 더더욱.' - <이숲오, 꿈꾸는 낭송 공작소, 108p>


  긴 문장을 읽으며 이를 취한 이유를 말할 때 주춤거렸다. 현재의 나는 한 치도 '사이'를 비켜나지 않았으나 초면에 내보이기는 주저되었다. 그저 길에 대해 유독 많이 마음을 빼앗긴다고만 말했다. 삶에서 길이 수없이 변주되고 비유되는 것은 사는 동안 닿고자 하는 목표로의 숱한 길목을 쉬지 않고 만나기 때문일지 모른다고 했다.


  히말라야를 오르는 두 가지 방법에서 아! 탄식이 나왔다. 남이 간 길을 빠짐없이 찍는 등정주의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등로주의.

  남이 가지 않는 루트로 가되, 많이 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 아무도 안 간 길을 가는 건 뭐든지 처음이 될 수 있으며 그 자체가 톱(top)이라는 말. 아무도 안 간 길을 가는 건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는 말.

  등로주의에 가까운 삶을 살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으나 사실 그게 뭔지도 모른 채 1년 넘게 헤매고 있었다.


  더는 나의 사이를, 온갖 사이들 속의 나를 부족히 여기는 우를 하지 말자고 다짐한 오후.


  공(空).


  비로소 '사이' 속에서 명확해졌다.


#사이#빔#길#틈#간격#가능성#인생#정답의스펙트럼을넓게#글쓰기#이숲오#4월북토크#월간구독#공명#울림#주파수

  


  

매거진의 이전글 그렇게 힘든데 왜 글을 쓰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