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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슴푸레 Jun 21. 2024

이름을 달고 나온다는 것

  첫 책이 나왔다. 발간까지 많은 일이 있었지만 모두가 애쓴 덕분에 이전 파쇄본보다 훨씬 보기 좋아졌다. 역시 출판사의 눈은 정확했다. 초보 작가는 전문가의 말을 듣는 것이 맞았다.


  이른 아침부터 카톡 보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저 책 냈어요. 기쁨을 나누기 위해서라기보다 어느덧 5년 묵은지가 된 이 책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기에 그 지루한 기다림에 종지부를 찍어야 했다. 책이 나오면 드려야지 생각하고 작성했던 엑셀 목록은 80명이 넘었다. 출간 기념회를 할 것도 아닌데 일일이 뵙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오후에 집으로 도착할 저자 증정본을 가지고 원 로비에서 다짜고짜 전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예의도 아니었고, 외판원처럼 책을 싸들고 원을 돌 자신이 없었다. 그리하여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한 분 한 분 개인 톡을 해서 책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 이 과장님으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았다. 감사하면서도 쑥스러웠다. 대단하다는 말에 아니에요만을 반복했다.


  책을 보내면서 10년 이상 연락을 하지 않은, 이름만 떠 있는 카톡 친구 목록을 두고 고심했다. 인생의 어느 한 시기를 같이한 내 소중한 사람들. 서로 사는 게 바빠 스르르 멀어진 이름들. 같이 웃고 마시고 이야기하던 오래전 시절 인연들. 아이, 모르겠다. 눈을 질끈 감고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책을 보냈다. 아직도 메시지를 읽고 있지 않은 이들이 있는 반면, 읽자마자 어제 본 것처럼 축하해 주는 이들도 있었다. 고마울 뿐이었다. 축하를 받고자 보낸 것이 아님에도 기꺼이 축하해 주는 그들에게 한없이 감사했다.


  책이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출간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고, 동시에 나와 딸아이의 이름은 돌이킬 수 없이 박제되었다. 이름을 달고 나온다는 것에는 책임이 따르고 그래서 어느 면에서는 무겁다. 책이 나온 이상 반응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미 내 손을 떠난 일. 이 물줄기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든 기쁘게 물살을 타 보려고 한다. 책 발간이 삶의 어떤 이벤트에 불과하게 될지라도.


  책의 특성상, <작가의 말>에 고맙다고 말하지 못한 이름들을 하나하나 부르는 것으로 첫 책 발간기를 마무리한다. 지켜봐 주셔서. 변함없이 곁에 계셔 주셔서. 가까이에 없어도 잊지 않아 주셔서. 잊고 지냈어도 기쁘게 맞이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모두.


  부모님, 시부모님, 오빠, 새언니, 용기, 샘이, 조카들, 조찬용 선생님, 도원영 교수님, 김한샘 교수님, 남기심 교수님, 이석재 교수님, 서상규 교수님, 유현경 교수님, 한송화 교수님, 한영균 교수님, 조태린 교수님, 봉미경 교수님, 윤영민 선생님, 김선혜 선생님, 남길임 교수님, 전병용 교수님, 고봉만 교수님, 노석은 선생님, 정호성 선배님, 정희창 선배님, 오광근 선배님, 이금희 선배님, 이준환 선배님, 유하라 선배님, 고대영 선배님, 안혜지 선생님, 오정은 선생님, 한용운 선생님, 이상헌 교수님, 조남호 교수님, 최정도 선생님, 최준 선생님, 이성우 선생님, 장소원 원장님, 정희원 실장님, 이운영 과장님, 강미영 과장님, 김선철 과장님, 이승재 과장님, 이대성 팀장님, 김문오 선생님, 최혜원 선생님, 위진 선생님, 황용주 선생님, 이현주 선생님, 박정아 선생님, 이유원 선생님, 남미정 선생님, 조은 선생님, 구지민 선생님, 김형배 선생님, 이수미 선생님, 김주미 선생님, 이수연 선생님, 김남희 선생님, 김예원 선생님, 장윤희 선생님, 박진 선생님, 정상은 선생님, 이제현 선생님, 박인숙 선생님, 정다이 선생님, 유영은 선생님, 김윤하 선생님, 안혜은 선생님, 신아영 선생님, 황선영 선생님, 박지현 선생님, 최경은 선생님, 이정미 선생님, 유성희 선생님, 김명주 선생님, 진영희 선생님, 정수현 선생님, 변영수 선생님, 방영심 선생님, 김영덕 선생님, 배진영 선생님, 전다래 선생님, 탁진영 선생님, 유유경 선생님, 최은영 선생님, 채영주 선생님, 성연숙 선생님, 유희재 선생님, 이찬영 선생님, 주향아 선생님, 장연지 선생님, 강예지 선생님, 박서윤 선생님, 도지영 선생님, 허영수 선생님, 이혜진 선생님, 이종혁 선생님, 최규리 선생님, 임은정 선생님, 김경신 선생님, 윤선아 선생님, 이현주 선생님, 현해송 선생님, 권수호 작가님, 안희정 작가님, 박희수 작가님, 이숲오 작가님, 은정 작가님, 이영실 선생님, 강경호 선생님, 공정춘 선생님, 이은숙 선생님, 강은지 선생님, 최영 선생님, 서윤경 선생님, 장미애 선생님, 윤기, 희경이, 민선이, 홍석이, 원정이, 강효, 민정이, 선희, 선미, 은정이, 은숙 언니, 은희 언니, 채근이 오빠, 찬미 아가씨, 용수, 준영이 오빠, 진가연 선생님, 고흥준 선생님, 마리북스 정은영 대표님, 정지연 편집장님, 김푸른 그림 작가님, 박지혜  편집장님, 네이버사전 김종환 선생님, 이현우 선생님, 그리고 남편, 아들,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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