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이 나왔다. 발간까지 많은 일이 있었지만 모두가 애쓴 덕분에 이전 파쇄본보다 훨씬 보기 좋아졌다. 역시 출판사의 눈은 정확했다. 초보 작가는 전문가의 말을 듣는 것이 맞았다.
이른 아침부터 카톡 보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저 책 냈어요. 기쁨을 나누기 위해서라기보다 어느덧 5년 묵은지가 된 이 책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기에 그 지루한 기다림에 종지부를 찍어야 했다. 책이 나오면 드려야지 생각하고 작성했던 엑셀 목록은 80명이 넘었다. 출간 기념회를 할 것도 아닌데 일일이 뵙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오후에 집으로 도착할 저자 증정본을 가지고 원 로비에서 다짜고짜 전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예의도 아니었고, 외판원처럼 책을 싸들고 원을 돌 자신이 없었다. 그리하여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한 분 한 분 개인 톡을 해서 책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 이 과장님으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았다. 감사하면서도 쑥스러웠다. 대단하다는 말에 아니에요만을 반복했다.
책을 보내면서 10년 이상 연락을 하지 않은, 이름만 떠 있는 카톡 친구 목록을 두고 고심했다. 인생의 어느 한 시기를 같이한 내 소중한 사람들. 서로 사는 게 바빠 스르르 멀어진 이름들. 같이 웃고 마시고 이야기하던 오래전 시절 인연들. 아이, 모르겠다. 눈을 질끈 감고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책을 보냈다. 아직도 메시지를 읽고 있지 않은 이들이 있는 반면, 읽자마자 어제 본 것처럼 축하해 주는 이들도 있었다. 고마울 뿐이었다. 축하를 받고자 보낸 것이 아님에도 기꺼이 축하해 주는 그들에게 한없이 감사했다.
책이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출간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고, 동시에 나와 딸아이의 이름은 돌이킬 수 없이 박제되었다. 이름을 달고 나온다는 것에는 책임이 따르고 그래서 어느 면에서는 무겁다. 책이 나온 이상 반응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미 내 손을 떠난 일. 이 물줄기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든 기쁘게 물살을 타 보려고 한다. 책 발간이 삶의 어떤 이벤트에 불과하게 될지라도.
책의 특성상, <작가의 말>에 고맙다고 말하지 못한 이름들을 하나하나 부르는 것으로 첫 책 발간기를 마무리한다. 지켜봐 주셔서. 변함없이 곁에 계셔 주셔서. 가까이에 없어도 잊지 않아 주셔서. 잊고 지냈어도 기쁘게 맞이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