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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슴푸레 Jul 05. 2024

이 고마움을 다 어찌

  출간 후 2주가 지났다. 첫 주, 어린이 부20위에 오를 땐 이러다 '베스트셀러' 작가 되는 거 아냐? 시원하게 김칫국을 마셨다. 둘째 주가 지나면서 66위를 찍더니 200위권 밖으로 나가 이제는 책 구매 페이지에 오렌지색 '베스트' 딱지가 아닌 파란 '신간 도서' 딱지가 붙어 검색됐다. 그나는 꿈에서 깼다.


  7월이 되면서 원 선생님들과 둘씩, 셋씩 모여 점심을 먹었다. 장맛비를 뚫고 기꺼이 얼굴을 보러 나온 진 샘은 내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가 만드는 사전> 열쇠고리 굿즈를 주문 제작해 선물했다. 연지 샘은 딸애에게 마음껏 자랑스러워해도 된다는 말을 전해 달라며 갈비와 불고기 세트를 선물했다. 상은 샘은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쓰고 책도 많이 내라며 명함과 펜을 담아 다닐 수 있는 가죽 필통을 직접 만들어 선물했다. 지현 샘과 윤희 샘은 첫 책 축하는 꽃으로 하고 싶었다며 책 표지와 비슷한 색감으로 맞춰 그야말로 한아름인 꽃다발을 선물했다. 꿈을 이룬 거 축하해요. 박 작가님 축하해요. 정 작가님에게도 축하한다고 꼭 전해 주세요. 멈춰 있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샘은 신여성이야, 멋져. 박 작가 됐으니 이제 박 박사 해야지. 마음을 가득 담은 덕담을 들으니 비로소 자각이 됐다. 아. 그래. 나, 쓰는 삶을 살기로 했었지. 그제서야.


  하나같이 세심 마음을 담아 꾸러미를 전하는 샘들에게 고맙다는 말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들은 축하한다며 밥을 샀고 나는 차를 살 뿐이었다. 이 고마움을 다 어찌 갚나. 살면서 내내 갚아야겠다, 살면서 내내 살펴야겠다. 그 다짐을 새새록 마음에 새겼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주니어 작가님과 같이 먹으라며 아이스크림 쿠폰을 보내 주신 지도 교수님. 가족들과 오붓한 저녁 식사를 하라며 아웃백 상품권을 보내 준 윤기. 책 쓰느라 고생했으니 시원한 빙수 먹으며 즐거운 시간 보내라는 공정춘 선생님과 은정이와 구지민 선생님. 공원 산책하다 딸과 상큼하게 음료수 마시러 가라며 레모네이드 쿠폰을 보내 준 조은 선생님. 출간을 축하한다며 고기라도 사 먹으라고 5만원을 보내 준 영희. 공저자인 딸에게 인세 주라고 책값을 보내 주신 경신 선생님. 출간 기념회 하면 꼭 참석하겠다며 커피 쿠폰을 보내 준 강효.  읽었다며 시원한 거 사 마시라고 커피 상품권을 보내 준 이성우 선생님. 작가 데뷔를 축하한다며 커피 케이크 쿠폰을 보내 주신 방영심 선생님. 아이들과 맛있게 먹으라고 아이스크림케이크 쿠폰을 보내 준 준영이 오빠. 그리고 책 쓰느라 고생했다며 금일봉을 보내 준 용기와 부모님까지.


  부탁하지 않았음에도 기꺼이 브런치와 블로그에 리뷰를 써 주신 박희수 작가님과 고흥준 작가님. 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 영풍문고 등에 별점과 100자 리뷰를 적어 준, 이름 모를 사람들.


  책이 좀 안 팔리면 어때.
이렇게나 감동적인 일들을 주가 다르게 겪고 있는데.

 

#내가만드는사전#출간통#베스트셀러가안되어도#누군가읽고미소지을수있다면#그걸로행복#작가는#꾸준히쓰는사람#다시#발걸음을#모두고마워요#선물같은그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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