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중간 보고회 겸 워크숍이 끝나고 저녁 회식을 하러 한 음식점에 갔다. 도착한 순서대로 의자에 앉자 곧 음식들이 나왔다. 성대 후문을 내려올 무렵,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우르르 쾅쾅. 천둥이 쳤다. 어? 비 오겠는데? 똑똑똑 떨어지던 비가 음식점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대비가 되었다. 가게의 활짝 열린 대문으로 골목 바닥에 굵은 빗줄기가 내리꽂히는 것을 창밖으로 걱정스레 내다보았다.
-우기야 우기. 두 달 동안 이렇게 비가 내리니. 무섭게 내리고 또 딱 그치고. 우기가 따로 없어요.
-그러게 말이에요. 몇 년 새 우리나라도 아열대 기후가 돼 버린 듯해요. 이런 비는 완전 스콜 같아요.
화제가 닭으로 넘어갔다.
-오늘이 말복이더라고요.
-와, 벌써 그렇게 됐군요.
-닭 엄청들 먹겠네요.
-그르게. 복날 아니어도 우리나라 사람들, 닭 어마어마하게 먹으니까.
-돼지고기나 소고기는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안 먹는 나라도 있는데 닭은 진입 장벽이 낮아서 세계적으로 더 많이 먹는 거 같아요.
-동시대에 닭의 소비가 엄청나서 현생 인류가 죽고 나면 계기(鷄期)가 될 수도 있데.
-계기요? 처음 들어 봐요.
-응. 선캄브리아기, 백악기 하듯이 계기. 먼 미래에 땅을 파면 닭 뼈가 엄청 나올 거래. 닭을 하도 잡아먹어서. 사람 뼈보다 닭 뼈가 더 많이 나올 거라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거라던데.
-와! 정말 그렇겠네요. 계기라니. 미래엔 사람보다 닭이 더 번성했다는 재밌는 해석도 나올 수 있겠어요.
-하하. 재밌지?
-하긴요. 월드컵이다, 올림픽이다, 불금이다, 복날이다. 그외에도 자잘자잘하게 치킨 참 많이 먹으니까요.
그 순간,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희생되는 닭들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고 하셨던 한 작가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말복, 여러 생각이 머물다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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