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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지금 여기

고요해지는 시간

by 어슴푸레

딸애를 기다리는 50여 분의 시간이 좋다.

쾌적한 에어컨 바람이 머리 위에서 산들거리고

적당히 잔잔하나

마음을 소란하게는 하지 않는 피아노 선율이

귀를 즐겁게 한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산문집을 읽다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오늘의 나를 기억하려 셀카를 찍기도 한다.


남편과 두 아이로부터 떨어져

그러나 부르면 바로 달려갈 수 있는 지척에서

소중한 50분을 아껴서 먹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5분여밖에 남지 않았을 땐

미세하게 마음의 줄이 당겨 온다.


오늘은 무슨 말씀을 해 주시려나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양육자로서의 나쁜 습을 건드려 주시려나

그래서 또 나는

붉어진 눈시울과 꼬깃한 휴지 조각을

딸애 앞에서 숨기게 되려나 싶어.


한없이 고요해지다가도

돌연 마음에 파면이 일기도 하는


지금은 내담자 대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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