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1학기 때처럼 시가 아니니 원리만 알면 쉬어. 발음은 수학처럼 답이 딱딱 나와서 너한테 잘 맞을 거야.
-오예!
-아들. 국어 학습지 줘 봐.
-여기요.
-음....... 겹받침 다음에 된소리는 왜 다 빼먹었어?
-깜빡했어요.
-'무늬'의 발음은 또 왜 이렇게 적었어?
-실수한 거예요. [무니]인 거 알아요.
-흠....... 시험 볼 때도 이렇게 실수할래? 요점 정리 한 거 줘 봐.
-여기요.
-....... 설마 이게 다니?
-헤헤. 엄마가 해 주세요.
-아들아아아아.
그리하여 30분 넘게 학습지를 풀고 요점 정리를 해서 아들애를 불렀다.
-자 여기. 일단, 겹받침 중 첫 번째 거 남는 거랑 두 번째 거 남는 거부터 외워. 그래야 풀 수 있어. 입으로 소리 내서 풀면 다 틀려.
-근데 엄마. 왜 어떤 거는 앞의 게 떨어지고 어떤 거는 뒤의 게 떨어지는 거예요?
-자음의 소리는 여린입천장소리(ㄱ)>입술소리(ㅁ, ㅂ, ㅍ)>잇몸소리(ㄹ, ㅅ)의 순서로 강도가 세. 겹받침 중 강도가 센 쪽이 남고 강도가 약한 쪽이 떨어져.
-겹받침 'ㄺ'을 구성하는 'ㄹ'과 'ㄱ'을 보자. 'ㄹ'의 강도가 'ㄱ'보다 약하지. 그럼 'ㄱ'이 남고, 'ㄹ'이 떨어져야 하잖아. 근데 꼭 그런 건 아니고 예외가 있어. 체언 '흙'은 [흑]이고, 용언 '읽다'는 [익따]지만, 용언 어간 뒤에'ㄱ'으로 시작되는 말이 오면 '읽고'는 [일꼬]야. '넓다'는 [널따]지만 '밟다'는 [밥:따]야. 이거 두 개는 시험에 꼭 나와. 외워!
-아오, 복잡해요 엄마.
-원리를 알면 별로 안 그래.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 뭐지? 음절의 끝에 하나의 받침만 올 수 있고, 그 종류는 'ㄱ, ㄴ, ㄷ, ㄹ, ㅁ, ㅂ, ㅇ' 7개라는 거지?
-네.
-겹받침 중 하나가 떨어지는 것도 똑같아. 받침이 두 개니까 하나를 떨어트려야 음절의 구조를 지킬 수 있을 거 아냐. '값'은 받침을 'ㅂ'과 'ㅅ' 두 개를 나란히 적지만, 단독으로 발음할 땐 [갑]으로, 조사 '이'가 오면 [갑씨]로 발음하는 건 왜다?
-음절 끝에 하나의 받침만 온다는 음절 구조 규칙을 지키려고 하나는 떨어지고, 하나는 뒤로 올라가서 연음이 된다! 그래서 [갑]이고, [갑씨]다. 국어의 발음에서 자음은 끝소리나 첫소리 위치에서 하나만 온다. 두 개는 못 온다.오케이?
-아. 조금 알 거 같아요.
-일단 첫 번째 받침이 떨어지는 거랑, 두 번째 받침이 떨어지는 거 외우고. 그다음에 예외 외우면 끝이야. 뒤에 오는 자음. 된소리로 적는 거 까먹지 말고!
-네!
그리하여 <표준발음법> 파트 8개 문항은 다 맞아 왔다. <단어의 짜임>이 범위인지 몰라 8개 문항 중 7개를 틀려 왔다는 게 함정일 뿐. 역시나 범위인 줄 모르고 시험 20분 전에 훑어본 <훈민정음> 파트 8개를 다 맞아 왔다니 그것에 위안 삼아야 하나. 이 덜렁이를 어쩐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