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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슴푸레 Nov 18. 2024

시시하지 않은 시간

  시시하다는 건 뭘까요. 우리는 어떨 때 시시하다고 할까요. 시시한 아이는 세상에 한 명도 없지만 시시한 어른은 너무나 많지요. 하찮다고 하는 것, 중요하지 않고 자질구레하다고 하는 것. 시시하다고 말하는 것을 시시하지 않게 해 주는 건 뭘까요.


  올해의 열한 번째 ≪꿈꾸는 낭송 공작소북 토크. 이숲오 작가님의 이야기엔 시시한 것이 없었다. 질문과 대답이 선문답처럼 이어졌다. 가늠할 수 없는 깊이에 정신이 아득했다. 바로 그때. 나 같은 사람이 이토록 귀한 분들을 만날 수 있어 얼마나 소중하고 행운인지 몰라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희수 작가님이 하고 계셨다. 작가님과 진한 신뢰와 연대의 눈빛을 나누며 미소 지었다.


  바둑에서 지면 패자는 홀로 그 자리에 남아 자신이 둔 수를 돌이켜 본다고 했다. 잘못 던진 '패착'과 잘못 둔 '악수'와 던지지 못한 '승부수' 등을 아프게 하나씩 하나씩. '복기'의 과정을 거치며 되돌아본다고 했다. 바둑은 번갈아 가며 한 번 한 알씩 놓는 것이기에 상대를 이기려면 4배로 빨리 살면서 이길 만한 집이 되도록 항시 연결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된다고 했다. 정석대로 익혀야 하나, 정석을 잊어야 다고 했다. 그러니 여태껏 익혀  육아의 방식을 버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의 방식이 재미없어서 아이는 이미 그 너머에 가 있는 것일 거라고 했다. 아이와 거리를 두고 다시 집을 지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방향과 원하는 목적지만 알면 절대로 길을 잃지 않을 라고 했다.

  경로 이탈. 경로 이탈. 그러므로 새 경로를 탐색해야 했다.


  사건이 충격이 되어 몸에 남으면 세포가 된다고 했다.

  그것은 거듭남. 내게는 다름 아닌 글쓰기였다.


  글쓰기를 통해 나는 조금씩 덜 시시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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