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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엄마를 위한

by 어슴푸레

작년 말 한 출판사와 미팅이 있었다. 성인 문해력 증진을 위한 쉬우면서도 전문성이 녹아 있는 에세이 출간을 제의받았다. 이후 가목차와 두어 편의 글을 편집장님께 보내고 두 달이 조금 못 되어 다시 만났다. 전체적인 피드백이 있은 후 서로 다른 색깔의 기획안 소개가 세 개쯤 이어졌다.


그중에는 그간 딸애를 키우며 올린 브런치 글을 보고 구상했다는 에세이 형식의 사전도 있었다. 상담 등 조심스러운 부분이 들어가게 될 터라 선택은 전적으로 작가에게 있다고 했다.


너무 내 이야기이고. 일단 딸아이와 남편, 큰애의 동의가 그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는데 시기가 민감한 청소년기인 만큼 망설여진다고 했다. 힘든 때를 지나고 있는 아이들과 부모에게 도움 되는 글을 쓰는 것은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혹여 과거 있었던 일들을 모두 글로 적어 냈을 때 아이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이나 선입견이 생겨 앞으로 학교생활이 더 힘들어지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 강을 완전히 건넌 것도 아니고 아직도 건너는 중이기에 어떻게 끝맺을지도 모르겠다 했다. 기록은 해 두되 아이가 좀 더 크면 내는 것을 생각해 보겠다 했다.


집에 돌아와 딸애에게 이야기를 했고 아이는 엄마 나 정말 괜찮아 써도 돼 했다. 아니. 아직은 아닌 거 같아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반 년 넘게 이어진 아이의 우울증. 아이가 아프지 않았다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증상들. 알았다면 절대 입밖으로 내지 않았을 매정한 말들. 아이를 키우며 좀 더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된다. 아이를 통해 타인을 조금은 더 자세히 볼 수 있게 된다. 흔들리는 이 세상 모든 엄마들도 아마 그럴 거라 믿으며 오늘은 조금 덜 흔들리는 자세를 취해 본다.


힘 빼고. 유연하게. 낭창낭창. 갈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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