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자기소개를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저입니다.
이상 자기소개를 마칩니다."
지연이네 간이 수영장에서 놀던 딸애가 갑자기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놀이 중일 뿐 딱히 상황극을 하던 것도 아니어서 처음엔 '으응?' 하며 들었다.
그런데 자꾸만 딸애의 말을 곱씹게 되었다.
'저는 저입니다.'라는 다소 싱거운 서술문이 너무 철학적이었다.
그래 나는 나지.
열한 살 아이도 아는 것을.
아니, 열한 살 딸애는 어떻게 저걸 벌써 아는 거지?
난 나라는 말은 길이만큼이나 군더더기 없이 명징했다.
나는 난데 뭘 더 증명하라는 건지
어떻게 증명해야 그들의 맘에 드는 건지 도통 알 길도 없이
나른하고도 깐깐한 그들 눈에 들기 위해
부자연스러운 정물처럼 앉아 있던 면접자석이 거의 동시에 떠올랐다.
언제나처럼
이번 자기소개가 마지막이길 바랐던 면접장.
"저는 저입니다."
자꾸만 귓가에 맴도는 한마디.
어떻게
딸애의 두툼한 배포를 단기 속성 과외로라도 한번 배워 봐?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