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메모장을 넘기다
5년도 더 된 '지하철 안 노약자석 노부부'라는 제목의 짤막한 글이 눈에 들어왔다.
"신문처럼 앉아 있는 할머니.
위 기능이 좋지 않은 듯 진동하는 나프탈렌 냄새와 희미하게 나는 지린내.
문득
수탉이 암탉을 몰아세우듯
새되고 날선 목소리가 지하철 안을 쩌렁 울린다.
- 당신하고 싸울 때마다 내 수명이 1년씩 주는 거 같아.
나더러 일찍 죽으란 소리야?
하루에 예식장을 어떻게 두 탕을 뛰나.
이윽고
다소 주눅 들려 항변하는 할머니의 목소리.
-하나 마나 한 소릴 왜 해?"
나는 그때 어딜 가고 있었던가.
"엄마, 왜 저 할머니 할아버지 싸워?"라고 묻는 딸애에게
"쉿!" 주의를 주었던가.
상황 메모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나는 그때,
늙음과 말투
노인 냄새와 완고함 등을 생각했던가.
최소한
나이 들어
서로에게 면박 주고, 면박 받는 일이
천형처럼 밴 부부는 되지 말자 다짐했던가.
익숙한 것들이 세월과 함께 낡아 버린 상태가 늙음이라면
그때에 나는 곱고 따뜻한 모습으로 늙어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