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우웅-.
파바박 파바박
파방 파방 파방 팡팡 팡
펑 펑 펑 펑
후드득후드득 후드드드득
슈우웅
팡 팡 팡 팡
타다닥타다닥 트드득트드득 타닥 타닥 타닥 탁
차르륵차르륵 펑 차르륵 펑 펑 펑
슈우웅
타다다다다다닥 타다다다다다닥 타닥타닥 타닥타닥
투두두둑 쏴아- 투두두둑 쏴아-
타닥타닥 타닥타닥 타닥타닥 타닥타닥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퍼어엉 펑.
난생처음 불꽃놀이를 본 날을 기억한다. 대여섯 살 때쯤이었다. 택시를 타고 가다 도중에 내렸다. 긴 언덕길이 버스와 차로 엉켜 꽉 막혀 있었다. 앞차와 뒤차에 타고 있던, 큰이모네와 작은이모네도 일제히 택시에서 내렸다. 사위(四圍)가 어둑해지고 있었다. 어른들을 따라 가파른 남산 계단을 올랐다. 가슴이 뻐근하게 숨이 찼다. 파라솔이 꽂힌 빨간 플라스틱 테이블에 앉아 바닐라 맛 빵빠레를 핥아 먹었다. 그리고 그날 밤, 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를 보았다. 형형색색의 바큇살이 술래잡기하듯, 시차를 두고 새까만 하늘에 퍼졌다 사라졌다.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연말에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불꽃놀이를 내 눈으로 직접! 충격이었다. 눈앞에서 터지는 불꽃을 어떻게든 붙잡아 두고 싶었다. 제발! 불꽃이 사라지지 않길, 쭉 이어지길 목이 빠지게 바랐다. 기억의 필터를 거쳐서일까. 요란히 터졌을 폭죽 소리가 이상하게도 머릿속에서 음 소거 돼 있다.
가끔 불꽃놀이가 있는 주면, 김포 현대 아울렛에 간다. 눈요기를 하러 온 가족이 출동한다. 고디바가 있는 서쪽 광장 1층에 적당히 서서 구경을 한다. 현대 크루즈가 폭죽을 터트릴 위치로 서서히 이동하다 정박을 하면, 머지않아 카운트다운과 함께 약속된 시각에 불꽃 쇼가 시작된다. 불이 꺼지고, 폭죽이 배의 후미 꼭대기에서 '퓨우웅-' 하고 상공으로 길게 쏘아 올려져 불꽃이 펑 터지면 정확히 바로 그때 음악이 흘러나온다.
화려하다는 말로는 역부족이다. 적당한 말을 찾기 어려울 만큼 선상의 불꽃놀이는 혼을 쏙 빼 간다. 서쪽 광장은 어깨에 목말을 태운 아이 아빠, 아기 띠로 아이를 안은 어린 엄마, 백 허그를 한 연인, 나들이를 나온 노부부로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하다. 휴대폰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는 사람, 미동도 없이 영상을 담는 사람, 찰나의 불꽃을 카톡으로 보내는 사람, 그저 감탄하며 바라보는 사람.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추억을 아로새긴다.
불붙은 화약이 상공을 날아 무심히 폭발한다. 강낭콩 넝쿨처럼 꼬불거리며 하늘로 올라가 터지는 폭죽, 공작이 날개를 펼치듯 차르륵 퍼지며 터지는 폭죽, 국화 꽃송이를 그리며 터지는 폭죽, 야자수 이파리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그려지며 터지는 폭죽, 민들레 홀씨가 포옹 터지는 폭죽, 콩 볶는 소리로 알록달록 야광 비비탄처럼 터지는 폭죽-.
터지는 즉시 유색 보석들이 폭포처럼 쫘르륵쫘르륵 쏟아진다. 지극히 화학적인 연소, 불꽃 반응이 아주 잠시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마법을 부린다. 그러나 총소리를 닮은 폭발음과 자욱한 연기가 복병처럼 따라붙는다. 완벽한 낭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항시 아름다움은 소음을 동반한다. 불꽃놀이는 유한하다. 정해진 시간 동안만, 준비된 폭죽만큼만 하늘로 쏘아 올려진다. 일정 높이에 이르러야 비로소 퍼벙펑 터진다. 바로 지금이야. 라잇 나우(right now). 터질 시간이라고! 믿기지 않는 대박들이 펑! 펑! 펑! 펑! 세상을 향해 울부짖듯 터트려진다.
불꽃놀이를 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이 없어지다가도 일순간 너무 많은 생각이 밀려든다. 모든 것엔 끝이 있다는, 거의 진리에 가까운 사실에 조바심이 난다.
이렇게 사는 건 너무 소모적이야.
엄청난 굉음을 동반한 폭죽들이 마음속에서 후드득후드득 잇따라 터진다. 결코 낭만적이지 않은 불꽃놀이가 소란스럽게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