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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득, 상대의 눈물이 내 처마로 떨어질 때

-경은 샘에게

by 어슴푸레

영혼이 맑은 사람이 좋다.

주변이 아무리 흐려져도 스스로 맑아질 줄 아는, 정화 능력이 뛰어난 사람.

듣기 싫은 소리 따위는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들으며 귀를 씻을 줄 아는, 현명한 사람.


문득 그런 선한 사람의 눈에서 후드득, 눈물이 떨어질 때가 있다. 그 눈물은 내 처마 밑으로 쉴 새 없이 떨어져 동그란 파문을 연속해서 일으킨다.


많이 힘들었구나. 꾹꾹 참고만 있었구나.
이 사람도 나처럼. 많이 힘들었구나.


그때마다 나는 갑작스러운 소낙비를 만난 기분이 된다. 빗줄기가 잦아들기를 망연히 기다리다가, 어느 날엔 그 눈물에 동화되어 같이 비를 맞는다. 머리칼에선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금방이라도 넘칠 듯 두 눈엔 눈물이 그렁하다. 그러면 또 시원하게 비를 맞는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


눈이 곱고 마음이 선한 사람에게서

후드득, 눈물이 떨어지면

내 처마 밑은 낙숫물로 홍수가 난다.


그 비는 오래도록 그칠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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