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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지금 여기

고찌 글라 고찌 가

표준어 역: 같이 가라 같이 가

by 어슴푸레

선생님이 하늘로 떠나신 지 2주가 흘렀다. 퍼내도 퍼내도 눈물샘이 마르지 않았고, 선생님의 빈자리가 가슴속에 커다란 동공(洞空)으로 남았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고 싶다. 선생님은 그날 벤치에 앉아 조용히 눈물을 닦으셨고, 나는 선생님의 상실감을 온전히 알지 못했다.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만큼만 타인을 이해할 수 있으므로. 딱 그 정도의 시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으므로.


선생님은 안 계시지만 나는 여기 있다. 여기 있는 자는 장을 보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일을 했다. 학교에 가고, 회의에 참석하고, 마감을 하고, ppt를 만들고, 특강을 하며 선생님의 부재를 잠깐잠깐 잊었다. 선생님의 시간은 멈췄지만 나의 시간은 계속 흘렀다. 그럼에도 가끔 시간이 멈췄고 선생님 생각에 눈물이 났다. 선생님은 꿈에 한 번 오시지를 않았다.


생애 첫 강연을 마친 다음 날 영희에게서 톡이 왔다. 정성 들여 적은 마음에 두 눈이 뜨거워졌다. 흡. 울음을 삼키고 가만가만 읽었다.

문득 《폭싹 속았수다》의 도동리 만물상 할머니가 젊은 애순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름 혼자 못 산다이.
고찌 글라 고찌 가.
고찌 글민 백리 길도 십 리 된다.


기어이 나를 밖으로 끌어내는 배려와 응원에 먹먹해졌다. 친구의 깊은 연대에 힘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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