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 있어서' 뒤에 가장 많이 오는 형용사는 '좋다'다. '이렇게 볼 수 있어서 좋구나', '오랜만에 널 볼 수 있어서 좋았어', '거장의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곳은 색다른 도시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거 같아'처럼 앞서 말한 경험이 매우 긍정적임을 나타낸다. 보조 용언으로 쓰일 때도 마찬가지다. '직접 요리를 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양한 체험을 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여행은 인생의 도전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다' 등이 그렇다.
'볼 수 있어서' 뒤에 오는 다른 말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역시 긍정어들이다. '감사했어', '행복해', '기뻐', '행운이었어', '다행이었어', '감동적이었어', '흥미로웠다', '감격스러웠다', '보람 있었다', '위안이었어', '위로가 되었어' 등이 쓰인다.
무언가를 할 수 있고, 누릴 수 있고, 접할 수 있고,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하고 엄청난 기회를 얻는다는 의미가 동사 '보다'를 취하는 건 인지언어학적으로도 당연하다. 알고, 느끼고, 즐기고, 감상하고, 겪는 모든 지각 활동의 처음은 보는 것에서 시작되므로.
과거, 나에게 말뭉치를 다루며 언어의 변화와 변천을 살피는 일은 단순히 사전 편찬을 위한 귀납적 증거 모으기에 불과했고 돈벌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좀 다르다. 나에게 말뭉치 찾는 일은 글을 읽는 사람들 마음에 미묘한 떨림 하나 줄 수 있는 단서를 포착하는 것이 되었다. 그 단서를 따뜻한 글로 녹여 내는 것. 그래서 독자의 마음이 1도쯤 밝아질 수 있게 하는 것. 마음이 힘든 사람들에게 글로써 위로가 되어 주는 것. 그것이 궁극의 목표가 되었다.
'볼 수 있어서'라는 덩어리 표현(chunk expression)이 어떻다고 언어학적으로 분석하는 글보다, '볼 수 있어서' 다음에 어떤 말이 주로 오고, 왜 그런지를 따라가 볼 수 있게 하는 글. 독자의 생각과 사유를 이끌어 내는 글. 그런 글을 쓰는 것. 그 방향은 새로 꾸기 시작한 꿈과 닿아 있다.
#볼수있어서#덩어리표현#말뭉치#생생하고구체적인언어학적증거#사전편찬자에서작가의삶을살게되기까지#소명#마음공부#영성#카를융#자기안의신화를살아내라#인생#글쓰기#국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