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제도권 교육 속으로

by 어슴푸레

열흘 뒤, 작은애의 중학교 입학식이 있다. 두 번째 입학식이다. 학교로 돌아갈 마음을 낸다는 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인가. 아이가 아니니 아이의 마음을 알 수 없다. 그저 감사하고 감사할 뿐이다. 지난 1년 동안 딸애는 자기만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남편과 나와 아들애는 옆에서, 뒤에서, 앞에서 아이의 길이 외롭지 않기를 바라며 곁을 지켰다. 길을 잃은 건 아닐까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기도 했고 될 대로 되라며 자포자기하기도 했다. 아이의 어려움이 결국은 나의 어려움과 얽혀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심리학 관련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고 내밀한 글쓰기를 하며 피를 철철 흘렸고 법문을 듣고 불경을 외우고 마음 챙김을 하며 지냈다. 더 이상 외부로 관심을 두지 않았고 인연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마음에 파도 치는 날이 많았다. 잔잔한 날은 며칠 되지 않았다. 언제 고요해질까. 고요해지기는 하는 걸까 의심이 몸집을 키워 한 번씩 나를 집어삼켰다.


11월 이후 아이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무기력해 그 어떤 것에도 마음을 기울일 수 없는 나와 달리 아이는 열의에 가득 찼다. 그 열의의 방향이 나와 같지 않아 하루에도 몇 번씩 충돌했지만 아이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는 중이라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어머님이 살기 위해 뭔가를 열심히 하려고 했던 때를 기억해 보세요. 아이의 마음에 집중해 보세요. 현재 아이가 하는 말은 과거에 어머님이 했던 말일 수 있어요. 아이와 갈등할 때마다 김 박사님의 말씀을 부적처럼 쥐었다.


학교 가기 싫다고 입학식 날을 꼽으며 불안 속에 잠을 청하던 딸애였다. 입학하던 날 기어이 학교 밖으로 나오겠다고 자퇴를 말하던 딸애였다. 엄마 아빠한테는 정말 미안하지만 학교 안 가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해맑게 웃던 아이였다.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며 살고 싶지 않다고 절규하던 아이였다. 그랬던 아이가 이제는 학교가 너무 가고 싶다고 중학교 재입학 날을 꼽으며 기쁨 속에 잠을 청하고 있다. 나 잘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몰려오는가 싶다가도 뭐 어때. 금세 표정을 고치고 설렘으로 자신을 움직일 줄 알게 되었다.


올 1월. 큰애의 졸업식에서 딸애는 진로 상담 선생님으로부터 방학 중에 운영되는 본교-성균관대 사범대학 연계 '빵점학교'를 소개받았다. 참여하기로 하고. 일주일간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학교생활에 대한 자신감과 자기 효능감을 얻었다. 수료증과 상장을 받고 돌아온 아이의 표정에는 그동안과는 다른 어떤 환함이 있었다. 스스로 1년 꿇었다고 표현하면서도 좋은 친구 많이 사귈 거라는 포부에 한 줄의 구김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가지 않아도 되는, 기초학력평가를 위한 예비 소집일에 일부러 다녀오면서 자신의 목적은 '친구 사귀기'였다고 웃으며 말하는 아이는 미처 엄마가 깨닫지도 못하게, 어떤 좌절에도 오뚝이처럼 일어날 반동력을 키워 나가고 있었다.


≪흔들리는 엄마를 위한 감정 사전≫을 쓰고자 몇몇 출판사에 출판 계획서를 보냈다. 원고량이 부족해서인지, 시장성에 맞지 않다고 여겨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고사 메일을 받았다. 한동안 의기소침했었다. 출판사에서 내 주지 않는다면 '바로 출판 POD 서비스'를 이용하지 뭐. 오히려 그 편이 날것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토로할 수 있을 거야. 두둑한 배짱도 생겼다. 자기 표현의 글쓰기를 넘어, 연대와 연결, 공유와 치유를 위한 글쓰기로 목적을 바꾼 이상 책의 발간 형태는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1년을 학교 밖에 있다 다시 공교육의 품으로 돌아갈 용기를 낸 딸이 감동스럽다. 아이가 겪은 1년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연료가 되기를 바란다. 애썼다고. 정말 애썼다고 말해 주고 싶다. 딸애의 어떤 모습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 바탕을 다지게 해 준 데 고맙다는 말도 같이. 지난 1년이 우리 네 식구의 심지(心地)를 알아차리는 귀한 시간이 되었음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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