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오피스 와이프(office wife)가 있다면, 내게는 '사무실 딸내미'가 있다. 늘 나를 엄마님이라 부른다. 나이는 띠동갑에서 딱 한 살이 빠진다. 입사 7년 차로, 9월 말에 신혼여행을 앞두고 있다. 귀엽고, 일 잘하고, 장난이 많고, 눈물도 많다. 내 진짜 딸 왈, '유니 유니 유니콘 이모'란다.
사전과 민원 일을 같이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가끔은 술 한잔씩 하는 사이가 되었다. 개인적인 얘길 나눌 만큼 친하다. 일이 몰리면 힘내라고 초콜릿을, 슬슬 출출해지면 당 보충하라고 인절미 과자를, 생일이면 카드와 책, 화장품과 루이보스차 티 포트 세트를, 크리스마스면 기프티콘을 선물로 주었고 딱히 '날'이 아니어도 캡슐 커피나 홍삼 파우치, 석류즙 파우치를 짧은 메모와 함께 자리에 두고 갔다. 미술관 나들이라도 다녀오면 꼭 다음 날, 자석이나 떡 메모지, 엽서 등 미술관 굿즈가 내 자리에 놓였다. 준 것보다 받은 것이 훠얼씬 많아서 일일이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밥이라도 사려고 같이 밥을 먹으면, 벌써 카드를 들고 계산대에 가 있다. 날다람쥐가 따로 없다.
해마다 업무가 바뀌는 팀 특성상, 둘이 같은 일을 한 건 2016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좀 소원해진 듯하면 늘 내 자리로 쭈뼛쭈뼛 다가와, "그동안 격조하였던 듯하여......" 하고는 뭔가를 휙 두고 갔다. 내게는 거의 선물의 아이콘이다. 또 가끔 팀장님이 자리를 비우거나 다른 팀원과 얘기 중일 때는 자리로 와 필담을 나눈다. 이면지엔 "ㅜㅜ", "망했어요.", "으헝헝."이 주로 적힌다. 심각한 건 아니고, 가벼운 투정에 가까워서 사무실 밖으로 나가는 법은 거의 없다. "나도. ㅜㅜ", "파이팅", "뚝!" 정도로 장난 섞어 대꾸를 한다.
방금도 추석 연휴 전날이라고 또 선물을 두고 갔다. 신혼 세간으로 냉동고가 배달 온다고 부랴부랴 2시 조퇴를 끊고 퇴근하면서, 슬쩍 와 소금빵을 주고 갔다. 노란 포스트 잇, 귀여운 글씨는 딱 봐도 유니 유니 유니콘 거다. 쿡, 웃음이 나왔다. 선물의 아이콘답다. 난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미안하다. 짧은 점심시간에 언제 가서, 내 것까지 사 왔데. 안 되겠다. 신혼여행 가기 전에 밥을 사야겠다. 이번에도 자기가 계산하면, 앞으로 영원히 밥 안 먹는다고 협박해야지. 히힛!
만년필을 좋아하고, 손 글씨를 좋아하고, 전시회를 좋아하고, 카카오 프렌즈 굿즈를 좋아하는 우리 유니 유니 유니콘! 박물관 출장이라도 가면, 굿즈 앞에서 발동 걸려 '같이 살래요?' 하는 표정으로 세상 조신하고 예쁘게 바라본다. 단연 내가 좋아하는 유니 샘의 얼굴이다.
아무쪼록 유니 샘의 신혼이 달콤하고 행복하기를.
평안하고 행복한 추석은 두말하면 잔소리.
ps. 샘! 명절 지나고 꼭 밥 먹어요.
번호표 뽑고 기다릴게요.
그냥 나 1번 해 주면 안 되나?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