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가 꿈에 보였다. 2005년 10월에 돌아가시고 지금까지 딱 두 번, 꿈에 나타나셨다.
한 번은 화장을 마치고 납골당에 모신 날이었다. 상(喪)을 치르고 집에 돌아와 씻고 잠이 들었다. 할머니는 살아생전 내게 보인 적 없는, 섬뜩할 만큼 무서운 표정으로 날 쏘아보고는 숲속의 먼 길로 떠나셨다. 너무 서러워 울었다. 딴사람 같았다. 가까웠던 사람일수록 무섭게 정을 뗀다는 어른들 말을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남은 한 번은, 7년 전쯤 역시나 숲속이었다. 그날은 건강하고 밝은 모습이셨다. 이제 우리 외할머니 같았다.
그리고 세 번째. 지난밤이었다.
시골 어른들이 잔칫방에 빙 둘러 앉아 있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할머니이-." 길게 부르며 품에 와락 안겼다. 아니, 내가 할머니를 끌어안았다. 한눈에 할머니를 알아볼 수 있었다. 여전히 아담했다. 조붓한 어깨와 얇디얇은 뼈마디에 마음이 시렸다. 꼭 생시 같았다. 할머니의 작은 몸과 따뜻한 온기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할머니가 내 팔을 풀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우리 선영이, 기맨키로 속이 여간 꽉 찼씨야.
눈물이 자꾸만 났다. 울다 잠에서 깼다.
바보. 좀 참지. 얼마 만에 나타나신 건데.
생전에 할머닌 누가 됐든 행동거지가 맘에 들지 않으면 이 말로 상대에게 일갈하셨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창새기 빠졌네.
속이 꽉 찬 가을 게처럼 잘 컸는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창자 빠진 사람처럼 살고 있는 것 같진 않다.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다.
나날이 꽉 찬 사람으로 살고 싶다.
간밤, 외할머니의 전언(前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