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속어가 포함된 두음절어, 존버. 이른바 '존나 버티기'의 줄임 말. 20년 이상 살았지만 그 뿌리를 두고 왈가왈부 영 말이 많은 말. 그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건 저 둘이다.
첫째, 만들어 놓은 방에 상대 유저가 들어와도 게임을 시작하지 않고 잠수 타는 것을 두고 "존나 버러우(burrow) 탄다."라 한, 2000년대 초반 스타크래프트 용어에서 유래했다는 설.
둘째, 2012년 이외수 작가의 트위터 글,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존경받는 그날까지 버티자 …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존나게 버티라는 뜻…."이 인기를 끌면서 '존나 버티기'로 어원 역형성이 이루어졌다는 설.
더욱이 '존버'는 2017년 이후 비트코인 등 암호 화폐 성행과 주식 시장의 호황으로 '눈물겨워도 손절하지 않고 장기 투자 하기'의 의미로 쓰이기에 이른다. 워런 버핏의 "주식을 10년 이상 보유하지 않으려면 10분도 보유하지 마라.(If you aren't willing to own a stock for 10 years, don't even think about owning it for 10 minutes. --Werren Buffett)"라는 말이 "존버만이 살 길이다.(Only Jonbeo is life way.)" 또는 "존나 버티는 자가 존나 벌 수 있다.(If you are Johnberman, you could earn huge money. -Werren Johnbuffett)"로 합성되어 각종 커뮤니티와 갤러리에 짤로 돌며 선풍적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근래 방송 매체에서는 '존버'의 원말을 '존엄하게 버티기', '존심 있게 버티기'로 순화하여 보여 주기까지 한다. 그럴 때마다 '존버'의 뿌리와 존재를 부정당하는 느낌이 드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구멍을 파서 존나게 버러우(burrow)를 타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존나게 버티든, 어떤 상황에서도 존엄을 잃지 않고 꿋꿋이 버티든 '존버'에는 이제나저제나 기회를 엿보는 자의 쉬 끝날 것 같지 않은 기다림이 찐득하게 붙어 있다.
존버가 승리한다는 말에 피식 웃음이 났었다. 그 말을 철썩같이 믿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내게 '존버'는 '정신 승리'를 위한 지루한 '자기 암시'이자, '희망 고문'이었으며, 처절하게 외어야 하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존버'를 할수록 피폐해져 갔다. 그리고 지금이 쓰러지기 직전의 나를 일으켜 세울 최고의 적기라는 것을 알았다.
존버만이 능사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