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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떼아리 Apr 19. 2023

우리 '소통'해요

마음과 체온 말고, 좋아요와 이모티콘으로

Summary: 이제는 '만날 인연은 만난다'는 말보다 노력으로 관계를 맺고, 유지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친밀도가 아니라 중요도에 따라 인간관계에 인덱스(Index)를 붙이는 시대가 된 이유와 관계를 만들고, 분류하고, 유지하는 방법 그리고 이런 관계 맺기 방식의 전망과 시사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국내 2023 트렌드, 인덱스 관계

인간관계도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어


전화는 여전히 많이 활용하지만, 메시지는 어떤가요? 재난 문자, 알림 문자, 배송 문자만 켜켜이 쌓여있지는 않나요? 이제 전화나 문자보다는 카카오톡이나 인스타, 페이스북 등으로 연락하는 일이 많아졌죠. 


게다가 연락하는 대상은 또 어떤가요? 실제로 아는 지인, 친구만이 아니라 SNS를 통해 알게 된 불특정 다수와 연락을 주고받죠. 심지어 그 연락은, 대화 형태에 국한되지 않아요.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남기거나 이모티콘을 남기면 상대방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소통합니다.


소통의 사전적인 의미는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다는 것인데요. 그러기 위해 많이 대화하는 것을 권장하기도 하죠. 그런데 현대의 '소통해요'에도 대화가 많이 포함되나요? 오해가 없나요? 혹은, 오해가 생길 여지조차 없는 것은 아닐까요?


이처럼 우리는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끊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인덱스 관계'라고 부르는데요. 


대체 이런 관계 방식은 왜 생겨났을까요? 그 배경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덱스 관계의 배경

팬데믹, 관계의 정의를 바꾸다 


2019년, 우리 일상을 크게 뒤흔들고 이내 완벽하게 바꿔놓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전례 없이 전 세계가 고통받았던 팬데믹으로 우리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돌입했는데요.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었던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은 결국 그런 일상에 적응하게 됐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스마트폰이 발달한 시대인 데다 SNS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물리적인 격리를 버틸 수 있었는데요. 밤 10시 이후에는 여는 곳조차 드물었던 셧다운 시대에 관계를 새로 형성할 수 있는 창구라고는 SNS와 같은 온라인상이 유일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히 온라인에서 만나게 됐습니다. 


그리고 생애주기의 차이가 생기면서 랜덤 관계도 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온라인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교류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기 때문입니다. 



나는 내가 제일 중요한 게 당연하잖아?


물론, 팬데믹이 인덱스 관계의 유일한 원인인 것은 아닙니다. 이제는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 나를 제어하는 것보다 자기 중심성이 강조되는 시대가 됐는데요. 가장 중요한 것이 나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사회적으로 필요한 변화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가 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왔죠. 이제 더는 나를 불편하게 하는 관계를 참지 않는 경향이 강해졌으니까요. 이런 변화는 SNS의 특성과도 관계가 있는데요. 이는 SNS가 상대에게 답할 때를 스스로 정할 수 있는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인덱스 관계 생성, 분류 그리고 유지

인연 말고, 노력을 가져와


과거에는 인연에 의지하여 관계를 맺는 일이 더 흔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노력이 필요해졌죠.

오늘날 관계를 맺는 핵심 요소는 목적과 랜덤입니다. 


뭔가 새로운 일을 도모하거나 목적을 가지고 인간관계를 확장하는 일이 더욱 대두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관계 그 자체보다는 목적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예를 들어 연애, 동아리, 취미, 결혼 등이 전부 목적에 해당하는 것이죠.


그리고 랜덤 관계도 활성화되기 시작했는데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랜덤으로 가까운 거리의 이성을 만날 수 있게 되는 등 의도적으로 낯선 타인과의 우연한 만남을 즐기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오픈 채팅이나 램덤 등이 이에 해당하죠.  



친한 사람보다 중요한 사람


인덱스 관계라고 명명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관계를 분류하는 방식 때문인데요. 이제는 친밀도의 기준이 모호해진 만큼, 인스타 친구(인친), 트위터 친구(트친), 페이스북 친구(페친), 실제 친구(실친) 등으로 관계마다 인덱스를 붙여 분류하고 있습니다. 


요즘 10대의 경우, 일상 이야기는 인스타나 페이스북 DM으로 하고 진지한 상황에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경향도 보인다고 하는데요.


크게는 SNS로 분류되고 있지만, 같은 SNS라고 해도 분류가 이뤄지는 것을 보면 확실히 이전과는 인간관계의 형태가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클릭 한 번에 시작되고, 끝나는걸?


과거에는 관계를 맺거나 끊을 때 단계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손가락 한 번 움직이면 관계가 시작되고, 또 손가락 한 번 움직이면 관계가 끊어지기도 합니다.


인덱스를 붙여놓고, 주기적으로 필요 없는 관계를 정리해 버리는데요. 정리가 끝난 후에는 남은 관계를 더 잘 유지하려고 댓글과 대댓글을 꾸준히 달고,  매번 눌러줍니다. 


여기에 편의성을 더해주는 개인 일정표와 일기장을 공유 기능 덕분에 교류는 더욱 풍부해졌는데요. 선물하기를 통해 간편하게 선물과 메시지를 전할 수도 있어서 전략적 관계 관리가 더욱 편리해졌습니다. 




인덱스 관계의 전망과 시사점

우리 기업도 '소통'할 수 있어


결국, 인덱스 관계의 기반은 SNS와 같은 온라인 소통 창구인 셈인데요. 이런 부분을 기업은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기능을 부여하는 것인데요. 


기업 내부에서도 메신저를 활용하여 조직 커뮤니케이션도 활성화해 더욱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온라인상의 일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만큼 보안이나 안전에 더 유의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던바의 수는 고릿적 이야기 아냐?


던바의 수는 로빈 던바가 제시한 이론인데요. 한 사람이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관계는 최대 150명까지라는 이론입니다. 


자원이야 유한하지만, 수단은 계속 발전하고, 다양해지고 있으니 이제는 더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관계를 넓혀갈 수 있게 됐죠. 그러니 이제는 던바의 수 역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이처럼 오늘날 우리가 관계를 맺는 방식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아보았는데요. 전략적인 관계를 똑똑하게 관리하는 것도 분명히 필요하겠지만, 익명성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바로잡고 보완해 나가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편리하고, 똑똑하되 안전한 관계를 맺어갈 수 있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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