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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이등병인 노병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를 다시 듣다

by 라떼

입대전과 재대 후에 즐겨 들었던 김광석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를 환갑이 머지 않은 노병(?)이 된 지금도 찾아 듣는다.


제대한 지 30년도 훨씬 넘은 나 이지만 울적할 때면 이 노래가 생각나고 가사는 아직도 가슴을 파고 든다. 아직도 이등병으로 사는 것 같은 느낌에 허탈해하기도 한다.


30년 넘게 열심히 살아왔으면 별 단 장성급은 아니라도 말년 병장의 마음쯤은 되어 있어야 하건만 나는 아직 가끔, 아니 자주 이등병의 심정으로 살아간다.


이등병의 마음, 불안하고 걱정되고 ‘풀 한포기, 친구 얼굴’이 새롭게 느껴지고 그립다. 이등병이 군대라는 피할 수 없고 두려운 과정을 앞두었다면, 지금의 노병은 퇴직과 노후를 거쳐 건강을 잃고 결국 죽음을 향하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을 가야하는 존재다.


입영 열차시간이 다가오면 소중한 가족, 친구들과의 이별이 다가오듯 삶의 피할 수 없는 고난의 열차가 곧 도착할 것이다.


이등병이 다짐 해 보는 이제 다시 시작인 젊은 날의 꿈은 더이상 내게 없다. 하지만 ‘부모님께 큰 절하는’마음과 ‘열차시간 다가오면 두 손 잡던 뜨거움’으로 가족을 사랑하고 ‘풀 한포기, 친구얼굴 , 모든 것‘을 새롭게 느끼고 그리워 할 시간은 아직 있다.


나만의 노병의 노래를 부를 것이다. 노병의 편지 한 장 적어보낼 것이다. 더 이상 젊지 않은 노병의 꿈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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