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djoke, 미국에서 아재 개그 하기

영어로 농담하기가 될까

by 라떼

나에겐 개그 본능이 있다.


내가 아재니 나의 개그는 아재 개그가 맞다. 직장에서, 집에서, 모임에서 나는 끊임없이 아재 개그를 시도하는 편이다. 물론 성공률은 50% 정도이다. 집에서는 "그런 개그는 직장에서는 절대 하지 마세요" 같은 핀잔을 들을 때가 많고, 직장에서는 예의상 웃어주는 몇몇 직원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나의 아재 개그는 고급 유머이며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믿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다. 욱이는 바로 이런 근자감이 더 문제라고 했다. 아무튼 나의 캐릭터는 시도 때도 없이 아재 개그를 던지는 아재다.


미국에서는 참아야 했다. 고도의 어휘력과 언어 구사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아재 개그를 낯선 땅에서 그것도 잘 안 되는 영어로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나의 개그 본능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미국에도 아재 개그에 해당하는 말이 있었다. Dadjoke, 한마디로 아빠들이 하는 농담이니 바로 아재 개그이다.


먼저 그들이 하는 Dadjoke의 예를 들어보자.

샌디에고에 가서 투어버스를 탔을 때, Beth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자 기사님이 출발 전에 물었다.

"혹시 이 버스 안에 Mike 있나요?"

Mike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없었는지 아무 대답이 없자, 기사님이 말했다.

"그럼 안심하고 마이크 테스트를 할게요. 원, 투, 쓰리 마이크 테스트."

처음에 심각하게 듣고 있던 나는 완전히 빵 터졌다. 그런데 다른 승객들은 별 반응이 없었다. 나만 큰소리로 웃으니 옆에 앉은 욱이가 눈치를 주었다. 이건 뭐 말 그대로 완전히 내 스타일의 아재 개그였다. 그때 나는 알았다. 아, 이곳 미국에도 아재개그가 있구나. 너무나 반가웠다.

20210818_104937.jpg 샌디에고 시티 투어 버스
20210818_110055.jpg 아재 개그를 선 보이신 Beth 기사님

Beth 기사님의 아재 개그는 계속 이어졌다. 해군기지가 많은 샌디에고에는 퇴역한 미드웨이 항공모함이 전시되어 있기도 하다. 미드웨이 항공모함 부근을 지나는 데 국방과 관련된 건물이 하나 나왔다. 기사님은 "이 건물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아는 사람이 저 건물에서 일해서 물어봤더니, 알려줄 수는 있지만 그다음에 당신을 죽여야 한다고 했다."라는 아재 개그를 던졌다. 몇몇 연세 드신 분들만 웃어주셨고 나머지는 별 반응이 없었다. 이곳에서도 아재 개그의 운명은 비슷하구나, 하고 느꼈다. 어쨌든, Beth 기사님 덕분에 나는 이곳에서도 아재 개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힘을 얻었다.


주말에 공원에서 테니스를 치는데 콜롬비아 출신의 한 아저씨는 끊임없이 농담을 던진다. 한 번은 그분이 서브를 넣는데 잘 안 들어가자, 옆의 파트너가 '토스를 높게 던져봐(Keep it high)'라고 했다. 그러자 그 아저씨는 'I am always high because I'm a colombian (나는 언제나 약에 취해서 기분 좋아, 콜롬비아인이니까)'했다. 높게 라는 뜻의 high를 약에 취해서 기분 좋다는 뜻의 high로 쓰고 콜롬비아가 마약으로 유명하다는 것을 이용한 멋진 아재 개그였다. 나는 빵 터진 것은 물론이고 그의 아재 개그에 감탄을 했다.


내가 사는 홈스테이의 집주인인 더그도 Dadjoke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분이다. 어느 날 내가 내일 수업이 없다고 하며 'I have no class tomorrow'라고 했더니 그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I have no class too.(나도 격식이 없어)"

class라는 말이 격식이나 우아함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것을 이용한 멋진 아재 개그였다.


내가 들은 정말 재미있는 Dadjoke를 하나 더 소개해보겠다.

Do you know why golfers bring two pair of socks always?

(골프 치는 사람들이 왜 항상 양말을 두 켤레씩 가지고 다니는 줄 알아?)

이런 질문을 받으면, 대개 '물에 빠져서 젖을까 봐' 또는 '땀이 나서 갈아신으려고' 같은 대답을 하게 된다.

정답은, Because they might have a hole in one.이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양말 하나에 구멍이 날까 봐, 이지만 골프의 홀인원이라는 용어를 이용한 수준 높은 개그이다.


즐기기만 하면 좋으련만 이 라떼는 영어 아재개그, Dadjoke를 몸소 실천하기에 이른다. 물론 더 많은 실패작들이 있고 그에 따른 창피함은 나의 몫이다. 여기서는 성공한 Dadjoke만 한두 개 소개하고자 한다.

주말 아침에 테니스를 치는 모임에 매주 나간다. 이 모임에는 유일한 여성 선수인 매리(Mary)가 있다. 60대로 보이는 매리는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한 듯 날씬하며 테니스도 잘 친다. 한 번은 파트너를 정하는 데, 개그 욕심이 난 내가 그랬다.

"Mary, would you marry me?" 나랑 파트너 해줄래요를 그녀의 이름과 라임이 같은 marry를 써서 구사한 야심작이었다. 매리가 웃었고 주위 사람들도 웃었다. 성공이었다. 나중에 집에 와서 내가 한 Dadjoke를 우리 집 안주인인 쥴리에게 말했다. 쥴리도 훌륭하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내 아재 개그가 국제적으로 통할 수 있음을 알게 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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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테니스를 치는 공원 테니스장과 함께 운동하는 Kevin, Jene, 그리고 Mary


가끔 일요일에 친구들과 하이킹을 간다. 우리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는 제이(Jay) 선생님도 함께 갈 때도 있는 데 어느 날 그녀가 남동생 존(John)을 데리고 왔다. 함께 즐겁게 산행을 하는 데 어찌 된 일인지 존에게만 파리떼들이 달려들었다. 존이 왜 나만 파리가 달려들지, 했다. 나는 웃으며 말해주었다.

"Because you are so sweet."

존이 빵 터졌다. 제이도 웃었다. 나의 Dadjoke가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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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Baldy mountain 트레일



유머는 만국 공통의 언어이다. 나의 아재 개그는 일상생활의 훌륭한 윤활유가 될 수 있다. 나는 나의 아재 개그를 사랑한다. 여기 있는 동안 영어 실력을 키워서 Dadjoke도 더 갈고닦아 국제적인 수준으로 높일 수 있기를 바란다.


단, 남발하지는 말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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