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 학생 할인에 기뻐하는 아빠

누구네 아빠는 석유회사 CEO라는데

by 라떼

나는 현재, 학생이다. 비록 한 한기 동안만 대학에서 특별 과정을 수강하지만 학생증도 있다.


욱이와 함께 캠퍼스 부근에서 늘 점심을 사 먹는다. 어바인은 물가가 워낙 비싼 동네라 둘의 점심값은 보통 최소 20불이 든다. 그것도 근사한 식당에서 앉아 먹는 아니라 팁을 주지 않아도 되는 테이크 아웃으로 야외테이블에서 먹는 데 그렇다. 한국 돈으로 환산해서 생각하면 비싸서 못 사 먹는다. 그냥 이 동네는 원래 비싸려니 하면서 먹는다.


한주를 마치는 매주 금요일, 점심을 먹고 나면 나는 한 주간 수고한 나 스스로에게 선물을 준다.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것이다. 체중관리를 하는 욱이는 맛만 보고 거의 내가 다 먹는다. 우리가 점심을 먹는 식당가에는 요거트 랜드라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다. 용기에 먹고 싶은 만큼 아이스크림을 담고 토핑도 과일, 초콜렛, 과자 등을 원하는 대로 골라 얹은 후 무게를 재어서 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보통 5불 정도가 든다.

아이스크림가게.jpg 금요일마다 가는 아이스크림 가게

어느 금요일, 여느 때와 같이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는데, 한쪽에 세워 놓은 안내판에 '학생 1달러 할인'이라는 문구를 보았다. 1불이 별 것은 아니지만 너무 기뻤다. 이 나이에 학생 할인을 받을 수 있다니. 그래서 그 이후 기쁜 마음으로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다. 4불 정도만 내면 된다. 학생 할인을 받아 너무 좋다고 욱이에게 자랑했다. 욱이는 그런 나를 어이없다는 눈으로 바라보면서 한마디 했다.

"나랑 수업 듣는 쿠웨이트 친구는 아버지가 석유 회사 CEO라는데, 아빠는 1달러 할인받았다고 기뻐하는 거예요?"

나는 빵 터졌다. 1달러 학생 할인을 받고 기뻐하는 아빠와 석유 회사 CEO아빠의 극명한 대조에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스크림.jpg 1달러 학생 할인을 받은 맛있는 아이스크림


욱이가 수업을 듣는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코스에는 쿠웨이트, 사우디 등 중동에서 온 친구들이 많고 태국, 중국, 일본 친구들도 있다. 돈이 많은 중동 국가들은 외국 유학 오는 학생들을 지원해준다고 했다. 하루는 욱이 수업 중에 그룹을 나누어 토의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쿠웨이트, 사우디, 태국 친구들과 같은 조로 얘기를 했다고 한다. 얘기 중에 메이드(Maid), 즉 집안일해주시는 분 얘기가 나왔는데, 어떤 중동 친구는 집에 4명의 메이드가 있다고 했고, 다들 집에 메이드가 있다고 했으며 심지어 우리나라보다 못 산다고 여기는 나라인 태국에서 온 친구도 메이드가 1명 있다고 했다. 욱이는 당연히 아무 할 말이 없었다고 한다. 어떤 친구는 집이 5층짜리라고 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라고 했다.^^


그런 친구들과 수업을 듣고 있는데, 욱이의 아빠는 고작 1달러 학생 할인에 뛸 듯이 기뻐했으니, 욱이가 느낀 상대적 박탈감(?)이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 나이에 외국 나와 열심히 공부하며 절약하며 사는 아빠도 멋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런 아빠 덕분에 욱이도 이곳에 나와 영어를 공부하고 있지 않은가.


욱아, 이 아빠는 석유회사 CEO도 아니고, 집에 메이드도 없지만, 내가 자랑스럽다. 너는 또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할 테지만 적어도 내겐 근거가 있다. 네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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