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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떼 Jan 24. 2023

현빈이 더 멋있어야 했다

2023 명필름 시네클럽 - 교섭

임순례 감독의 작품이라면 봐야지. 


2018년 리틀 포레스트 이후 오랜만의 작품인데 게다가 액션영화였다(2021년에 다큐영화를 하나 개봉하긴 하셨다). 임순례 감독표 액션영화는 어떨까 궁금해졌다. 아프간에 선교활동을 하러 갔다가 피랍된 한국인 인질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였다. 황정민은 외교부 기조실장, 현빈은 국정원 현지 요원 역할을 했다.


긴박한 상황을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함께 잘 보여준 영화였다. 지루하지 않았고 황정민과 현빈, 그리고 감초역할로 웃음을 준 강기영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감독의 말대로 인질들을 구하러 간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무엇이 아프간을 장악하여 통치하던 이들 탈레반을 증오가 가득한 테러집단으로 만들었는가. 난 그것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적대시하는 미국과 서구사회의 또 다른 증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본다. 물론 근본주의적인 이슬람 문화를 서구사회의 시각에서 보면 잘 못된 것이 많을 것이다. 여성차별이 대표적인 것이다. 하지만 한 나라의 문화와 생활방식은 그 나라 사람들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을 다른 나라가 나서서 정권을 교체해 준다면 그것은 또 다른 전쟁과 폭력일 뿐이다. 만일 가혹한 노예제가 있던 미국에 다른 나라가 노예해방을 주장하여 침략하고 정권을 교체한다면 그것은 정당화될 수 있는 일일까.


신념과 신념이 맞부딪칠 때는 서로 존중해주어야 한다. 상대의 신념과 문화를 악으로 모는 순간, 전쟁이 시작되고 폭력이 난무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전쟁 중이고 여행금지국인 아프간에 선교활동을 하러 간 사람들도 아프간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이슬람은 그들에게 단순한 종교 이상이다. 율법이자 모든 삶의 근본인 이슬람 신자들을 기독교로 개종하겠다는 그들의 목표는 폭력 이상의 선전포고와도 비슷하다.


감독은 사실, 이 모든 메시지를 작품 속에서 조금씩 내보이고 있다. 우리를 너무 과대평가했어,라는 대사에서는 외교적 무능을 까기도 한다. 하지만 인물설정에서 너무 평이한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황정민의 캐릭터가 너무 부각된다. 그보다는 현빈의 캐릭터가 더 살았다면 영화가 훨씬 살았을 것이다. 황정민은 한국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협상대표자다. 많은 답답함과 외교적 능력의 한계가 있어야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는 너무 멋있고 용감하고 수완 좋게 나온다. 그냥 차라리 현지 사정도 모르면서 원칙만 들이대는 전형적인 외교관의 모습으로 나오는 것도 괜찮았다. 그러다가 현지 사정을 알고, 현지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줄 아는, 다름을 인정하는 현빈에게 한 방씩 얻어맞으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캐릭터여야 했다. 그리고 현빈은 탈레반과 싸우면서도 한국정부와 미국을 비판할 줄 아는 캐릭터로 부각하면 더 좋았을 것이다.


지난 일이지만 여전히 민감한 소재를 용감하게 다뤄준 감독의 용기와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지 못했을 고민의 시간에 응원을 보낸다. 


가장 무서운 것은 다름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다툼과 전쟁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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