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진심:14

들리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것

by 세준
고요한 적막 속에서
글을 쓰는 것을 즐긴다.




어둠 속에서 평소엔 잘 쓰지 않는 안경을 쓰고 노트북을 두들기는 게 내 일상이 되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고 금전적인 어려움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왠지 마음만은 편안하고 즐거울 따름이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동정 어린 시선과 쉬어도 된다는 말속에 담긴 걱정 어린 마음들이 모여 모여 밤마다 나의 머릿속의 스트레스로 자리 잡은지 어엿 2주가 지났다.


브런치 작가 선정이 된지도 어엿 2주가 된 것 같다.


이렇게 집에서 글과 가사만 쓰며 여유롭게 보내고 싶은 생각뿐이었지만

항상 그런 생활을 꿈꾸었지만 생각보다 기쁘지 않다.


무언가를 얻고 싶어 하다가 막상 얻고 나면 있는 허무한 감정과 비슷한 것 같다.

바람에 실려오는 꽃내음은 이미 사라지고 없을 뿐이니까 멍 때린 적은 없지만 잘못한 것도 하나 없지만 죄지은 죄수같이 어깨가 움츠려 드는 건 내가 아직 세상과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니깐 말이다.


나름 힘들게 살아왔고 힘든 고민들과 고뇌 속에서 커간 나인데도 아직 성숙하지 못한 것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까 군대에 다녀온 후 거짓말처럼 흘러간 4년이란 시간이 무색해서 일까?


나의 마음은 고등학생인데 세상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가슴에 찌릿하게 박히며 눈가의 눈물이 맺힌다.






열심히 살았다.


부모님한테 손 벌린 적 한번 없었고 가족을 위한 일을 많이 하였다고 다짐한다.


친구들에게도 정말 잘해왔다 많은 또래 친구들이 있어도 고민 말할 친구들이 10명은 되는데도 무언가 마음속에 가득 차오른 슬픔을 어찌할 방법이 없다.


감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싶지만 표현할 수가 없다.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다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친구들이나 주변에 형님 누님들은 나에게 항상 똑같은 말을 한다 "여유가 없어 보인다고, 어린 나이에 많은 걸 가졌는데 왜 여유가 없느냐고 얼굴살이 더 빠진 것 같다 핼쑥하여진 이유를" 물어보곤 한다.


딱히 고민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음악을 하러 올라온 서울은 만만치 않았고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하고 남들의 음악을 도와주고 있는 처지인데 만족할 수가 없다.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나 자신을 인정하기도 싫고 바보같이 우는 내 모습도 보이기는 싫다 거짓된 모습 속에 감추어진 바보 같은 나의 모습엔 이렇게나 많은 수많은 고민과 걱정들이 가득 차 있다.







나는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까?


생각을 하고 또 해 봐도 답은 나오질 않았다.


나는 오늘도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선다 행복하지만 아직 채워지지 않은 마음속 깊은 공허함을 완벽하게 채우고 싶단 생각에 대리만족이라고 표현하면 되려나 싶다.

글 속의 나는 몽환적이고 멋진 모습의 예쁜 사랑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무표정으로 써 내려간 설렘과 사랑한단 말을 수도 없이 적어 내려 가다 보면 갑작스레 터져나오는 그 웃음에 한바탕 웃음 전쟁을 치르곤 한다 오글거린다는 표현을 하진 않지만 마음속으론 백번도 더 외쳤으니 말이다 여자친구들은 나의 글을 사랑하는 친구들이 많다 책이 나오면 10권을 사서 나눠주겠다고 팬심이 두둑한 친구들도 많이 있고 내가 몇 달 동안 연습해서 쓴 캘리그래피는 인스타에 업데이트된 것을 보고 카톡 프로필로 몇 달째 지정한 친구도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가 한 일이 헛되지 않은 일이구나 싶다.


모든 일의 마무리를 웃음으로 마무리짓는 나의 거짓된 모습도 이제는 버리고 싶다.

나도 나빠질 수 있다고 믿고 싶다 글에서나 가사에서나 대인관계에서나 보이는 원하지 않는 나의 둥그스름한 모습은 이제 그만 버리고 싶은 게 내 진심일지도 모르겠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음악을 수정할 때나 가사를 쓸 때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슬픈 음악에 선 슬픈 감정을 느끼며 가사를 써야 하는 게 맞고 멜로디 시퀀스도 그렇게 만지는 게 맞다.

나는 그런데 음악을 몇 년간 해오면서 그런 게 완전히 사라졌다 이것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때문에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엄청 많이 든다.

내가 가장 좋아하던 하고 싶던 일이 직업이 되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았었는데 막상 내가 겪어보니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절망적이고 훨씬 바보 같다.

나온 데모 작품들을 보고 나온 평가는 또 그렇지 않다는 데에 있어서 부정하고 싶다.

저는 이곡에 진심을 담지 못한 것 같아요 말했다 "감정의 변화도 없이 만든 멜로디예요" 말해도 봤지만

나의 말을 믿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잘빠진 멜로디를 듣고선 어깨가 올라가고 잘난 척을 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뮤지션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할 말을 잃은 나는 고개를 숙인다.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을 거니까 나 혼자 빠져버린 블랙홀 따위는 아무도 관심 없을 테니까 정신병원에 의사조차도 나의 고민을 진지하게 생각해주지 않을 것 같다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걸 믿어주는 상담 잘하는 의사는 이 세상엔 없는 것 같다.


나의 감정상태 때문에 생활의 질이 나빠지고 있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어 서울생활 초반에 정신과를 찾기도 했지만 아무런 이상 없는 상태라는 말만 계속 들었고 아주 안정된 심리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믿을 수 없었고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런 감정에 대해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가 요즈음 내가 가지고 있는 최악의 고민이다. 음악과 글을 대하는 나의 진정성이라든지 표정만 진지하고 진심이 담겨있지 않다는 그런 느낌이 자꾸 들어서 죄책감이 드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여전히 들리지 않는 진심은, 쓸데없이 머릿속을 타고 오기만 한 욕심의 산물인 지금의 삶이 나에게 득이 된다는 말을 하지 못하겠다.




어쩌면 진심은

나만의 비밀인지도 모르겠다.

감추어지고 왜곡된

나에겐 치명적인

그런 약점 같은 것 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