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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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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
May 21. 2016
비가 내린다
주춤주춤 머리 위를 두드리다
끝내 위로 쏟아지고 만다
왠지 오늘은 비가 맞고 싶어서 그대로 걸어간다.
가방에 있는 우산은 꺼내지도 않은 채
우산을 가져오지 못 한 사람처럼 걷는다
비가 오는데도 천천히 걷는 이유.
지금 이 느낌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싶어
오늘은 아프고 싶다
오늘은 아팠으면 좋겠다
열이라도 나서 정신없는 세상을 마주하고 싶다
그런 생각이 무엇보다 간절한 듯하다
감기약은 먹지 않을 거야
지금 내 증상을 보니
한동안은 낫질 않을 것 같아서
나는 너를 사랑했던 걸까?
너는 나를 사랑했던 걸까?
누구의 잘못인지는 중요하지 않게 된 것이
이젠 다시 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이렇게나 힘들 줄 몰랐었는데
그래도 잘 말했어 나는 너를
끝까지 사랑한다고 말한 나였으니까
그냥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거였으면 좋겠어
그럼 이별 후에도 전혀 아프지 않을 테니까
난 끝까지 니 걱정이야
청승같이 비를 맞으면서도 니 걱정이야
우린 이별했지만
나는 아직 네가 하늘에서 내리는 것 같아
비가 올 때마다 너와 이별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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