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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를 사정없이 꾸겨서 던져진 거와 같다
피아노 건반을 아무렇게나
누르는 거와 같아
원하는 게 뭔지 알 수 없어져 버렸어
공기처럼 항상 들이마시면서도
느끼지 못하는 어리석은 너를 보는
내 마음은 더러워져버린 시궁창 같아
한없이 바라보기만 하며
눈물짓는 나는
이제는 더 이상 말할 수도
다가갈 수도 없는 내가
너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건
이제 더 이상 없다
눈을 마주칠 일도
입을 맞출 일도
길에서 우연히라도 마주 칠 확률은 없다
이제는 만나지 않길
싫어하지 않았지만
사랑하지도 않기에
만날 때 정신없이 내 머리를 스친
분홍빛 요람같이
조금은 흑백으로 색이 바래 지고
요란스럽고 짜증날만큼
주고받은 몇 번의 욕설에 대해서
너의 심장의 무리가 가지 않길 원해
어차피 우주가 정해준 인연은
네가 아녔기에
너와 나의 사이는 괄호의 불가했나 봐
나는 바보같이 풀 수 없는 문제를
잡고 수없는 시간을 고민하며
지나왔나 봐
웃을 수 있게 됐어
덕분의 눈물도 잊어버렸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