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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 Dec 20. 2016

#세 번째 별빛

보이지 않는 선 그 가운데 서서

멈춰 선 기차의 호각소리가

주변에 아주 시끄럽게 울린다

깊게 잠든 사람이

열차가 도착한 지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

딱 그 정도였다




네 귓속 웅장한

이어폰 소리를 뚫고

시끄러운 소음으로


자기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낸다.


약간 찌푸리며

걷는다

잘 보이지 않는

눈 덕분에

오늘도 흐릿한

하루를 산다




언제쯤 보이지 않을 시력 일지

떨어지기만 하는

시한부 시각이다







정각 기차인데 정각이


5분이 지난 지금도

출발하지 않고 있다

 

조금은 조급해진 마음


추스르며 귀에

다시금 이어폰을 꽂는다


날이선 노랫말에 마음이 쓰인다

날 흔들리게 한건

내 핸드폰 속 음악의 노래


(간주 중)


이어폰에 소음이 들어오는 틈 속에

라디오에서 나온 듣지도

보지도 못한 옛날 노래.

그 노래는 아주 오래전 노래 같이

노이즈 가득 낀

치직- 치직- 거리며




희미하게 퍼졌지만


놓아주는 것이

사랑만은 아니라는

그 노랫말이 날 흔들고


잠시 동안이나마 눈앞에 비치는

번쩍하고 푸르스름하게 선명해진

기억을 따라가게 만들었다.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난 또 겁쟁이처럼 두려움에 눈을 감았다


버스에서 내린 뒤로부터

상처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바꾸었더니

피난처가 되어버린 마음속이 아니라

휴식처로 변해버린 낙원이었다




그렇게 천천히,

처음엔 직각이었던 내 마음도

깎이고 마모되어

이젠 둥그스레 졌다


이제는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듬직하게 가슴 한가운데

자리잡지 못하는

마음이 되어버릴 수도 있단 생각이

차창을 보는 내내 계속 든다


곧은 선만 보며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투성이었는데

나의 선택이 옳을 거란

확신을 한 시점부터


오해가 시작됐던 것 같아

자만도 동시에 시작됐던 것 같아


내가 하는 사랑과 이별이

이렇게 초라할 줄은

누가 알려주지 않았지


노래에서도 듣지 못했었지

아름답다 설렘만이

가득하다는 말들은

전부 뻥이었다는 걸 알고선


나의 절망감과 외로움을 먹고선,

다부지게 근육을 키운

절망을 앞에 두고

고개를 숙이고 멍을 때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이게 최선이라는 것








이젠 안다

그거 하나 깨달았다


안전선을 보고 싶었다 간절하게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좋을 때 끝내는 방법

부디 너와는 비극으로


끝맺음 짓기 싫었거든

아름답게 수놓았다고

생각했던 나날들이

짧은 시간 주고받았던

날카로운 말들로

다시 완성시킬 수 없을 정도로

다 풀려버릴 줄은 정말..




돌아가선 미안하다고 말해볼까

저만치선 니 뒷모습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아

현실성 없는 얘긴

그만하자며 날 말린다

꼬이고 꼬인 하루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없었다.


난 그냥 모든 것을

끝내고 싶었기에


끊어버리고선 짧게 몇 초간의 절규

몇 년 동안 입술 끝에 맺혔던

후회 가득 말들을

다 뿜어내 버리고선


차마,


빠져나가지 못하고

기억하고 있는

너의 흔적들을

전부 두 눈으로 쏟아낸다


그어가는 사랑의 단락

희미하게 긋는 일도 고통스러웠던

이젠 지우개를 버리고 너를 볼 수 있는

연결통로 중 마지막 문을 닫는다


어쩌면 말이야

우리가 시간을 지나며 만들었던 빛나는 윤곽들이

아직도 빛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돼


너라면 말이야

울고 있는 나의 어깨를 부여잡고

같이 울어줄 수도 있을 거라고

자고 있는 나의 머리를 살며시

감싸고 좋은 꿈을 위해 빌어줄 거라고






품고 있는 사랑을

.

따뜻하게 데우고선

.

내게 내밀 거라고

.

그리고 있는 빨간 선을

.

내 머리 위의 선과 이어서

.

네가 내가 되도록 사랑한다는

.

말을 남겨줄 거라고.

.

난 매일 꿈꿔





지나가는 시간 속에 모든 것들이
선으로만 이루어져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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