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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 Dec 24. 2016

#네 번째 별빛

오늘도 잠들지 못하는 당신과 나의 밤

아침햇살이 비친 창가를 쳐다보며

.

반쯤 감 긴 눈을 닫았다가

.

다시금, 열었다가

.

깜빡깜빡거리다







뻑뻑해짐이

사라질 때쯤 눈동자로


뿌옇게 흩뿌려진

순백색 빛에 비친

먼지 하나하나

세어보다


다급하고 시끄럽게

울리는 알림 소리에

미지근하지도 뜨겁지도

않은 몸을 일으키며

하루를 시작해요,


그리고선 어찌 지나가는지

모를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일은 모두 잊어버려

나에겐 오직 매번



새로운

.

 단 하루의

.

새벽



그 습관은 내게

뇌리에 박혀

지워지지 않는

고질병을 안겨주었습니다





푸르른 공기를 마시면

.

난 눈을

.

감아도

.

하늘을

.

볼 수 있다고

.

눈을 뜨면

미쳐버리고 마는


잠을 이룰 수 없는 병


누구든 달빛

교제한다면

가끔 겪는다는

아는 사람만 아는


작지만 심각하고

고쳐지지 않는

심각한 병에 걸린 것 같아


이 시간만 되면

잠이 들기 전

나른한 몸이 푸른빛과 만나면


보랏빛으로 변해서

나의 모든 것들을

휘감고는 어찌할 수 없게 조종하며

반짝반짝 빛나는 생각이

머릿속에 차고 넘쳐서

흘러내릴 지경에 이르렀다고,






날 사랑하는 달빛

회색빛의 당신은,

어찌 그렇게 은은하게

날 이리 오랫동안이나

잔잔하고 조용히 쓰다듬으며

사랑해주었나요?

그렇게 티 내면서 나의 눈을 오랫동안

쳐다보지 말아요

부디 나를 비추지 말아요

내가 보고 싶어도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아요


세상 모든 공기 속에 존재하며

모든 이들에게 들었던

나의 소식을 궁금해하고

하고 싶은 말들을

초저녁마다 생각하고

수 백번 외쳤던 말


그 말 오늘

,

나에겐

하지 말아요


그러면 오늘 새벽도 당신과

함께일까 봐

내일 아침이 와도 헤어 나오지 못할까 봐

그게 너무 무서워요






그런 말에도 어김없이

조금씩 날 비추며

은은하게 밝히며

.

나의 몸을

.

감싸 오면


나는 어찌할 줄 모르고

황홀함에 눈을 감아요


그리고선 조용히 속삭이는

당신의 이야기들을

조용히 머릿속에 써 내려가요



손끝이 조금씩 아리고


저려 올 때쯤


발끝이 움찔거리며


얼음장같이 차가워질 때쯤


매시간 그쯤 난

당신과 이별을 하죠


조금 더 어두운 곳으로 가고 싶어 졌거든요.







날 좀 더 감추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내 손끝만 보일 정도에

별빛이면 충분해


은밀한 이야기는 아닐 거라고

바라보죠


난 그런 거 정말 못하니까


바르고 곧진 않았어도

녹슬고 약해지는 건

그 어떤 것보다 싫어서


그래서 매일

날 가꾸고 미소 짓는

연습을 하죠


마치,

부서지기 싫은 햇살처럼요

버려지기 싫은 작은 인형처럼요

빛 이지기 좋은 지금 이 새벽처럼요


그토록 바랬던 어둠이 오고

눈앞이 깜깜해지니

또 다른 걱정과 고민이 내 귓가에서

맴돌아요

지잉- 끼익- 소리를 내며


맞지도 않는 톱니바퀴를

조금씩 맞추어가고

녹슬어버린 추억이

제자리를 찾아


그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추어가니


그때의 기억들이 밀물처럼 밀려와

썰물은 없을 거라고

날 불안하게 만드는 이곳엔

또 오기가 정말이지 싫었는데

그러면서도 원했나 봐요


내 안의 맺힌 것들이

조용히 기도하고 눈물 흘렸나 봐요.


조각조각 머리카락처럼 셀 수 없는


많은 추억들이

나를 반기니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친구들도 만날 수 있고


볼 수 없는 연인의 얼굴도

잠시 동안이지 볼 수 있고


이 곳에서 만큼은

어디든 갈 수 있죠


아무리 웃어도

입 주위가 아프지 않죠


단점이 있다면 손끝과

모든 초점이 흐리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 거짓인 것을

나는 인지하고 있다는 것.




그래도 현실보단 낫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이곳에선 당신

나는 이 아니니까요


금방 까지도 오기 싫어했던

나였었는데


입꼬리가 내려가질 않잖아

 바보같이


하지만

행복은 길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눈 주위가 자꾸 따갑고 욱신거린다

주변의 흐리게 낀


불투명한 안개가 짙어지는 게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그들에게 손을 흔들고

다음 주에 보자고 내일 보자고

거짓말을 하고선 뒤돌아서서

걸음을 떼지 못한다


걷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젠 알 수 있으니까


기억을 걷는 건 한동안은

할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으니


머리가 띵하고

눈가가 촉촉함을 느끼고선


한동안 윙윙거리는

소음을 들으며


굳어버린 온몸에 힘을 주어

겨우겨우 눈을 뜨니 새벽이 절정이다





난 매일 밤,


불 같이 뜨거워진 기억

 마주하며 울고 웃어




넌 매일 밤,


면 제부가 없는 인연들

사랑한 그 모든 것들




우린 매일 밤,


증 세를 알아차리고 나서도

치료할 생각은 없잖아











아쉬워하는 마음들이

모여서


이젠 쉬려는 마음들을

몰아내고


다신 사랑을 쉬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 건 아닌지


놓아준

사람들과

놓을 예정인

인연들이


모두 다

소중하게

느껴지는 새벽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부여잡고

현관 밖을 나선


많이 차가워진 공기를

한 모금 들이키고


달빛이 비친 낯설지 않은

회색 거리를

걷고 걷다

어린노을이 밝아올 때쯤


버리려고 했었던

걱정들을

다시 품고선

집으로 들어가

이불로 나를 덮고선






몸을 뒤집고 차가운 한숨 한 번으로

길고 길었던 오늘을 마치고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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