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마음도 청소가 필요하지 않을까?
모든 걸 지켜본
이 익숙한 페이지는
조금은 파여버린
나의 마음과 연관성이 아주 깊다
사랑한다고도 말해주었고
떠나가라고도
소리치기도 하였지만
때로는 힘이 빠져버려
풀 죽은 나의 어깨를
잡고 일으켜 세워주기도 했던,
빛나지 않지만
항상 곁에 있는 나의 마음
나의 모습 오늘따라
왠지 슬퍼 보여.
칙칙하고 습해 보여
눅눅한 과자 같아
씹기 조차 버겁다는 표정을 하고선
터벅터벅 집에 돌아가는 길
그렇게나 빛나던 눈가에
짙게 드리운 그늘의 이유
그래,
사랑하던 그 사람과 헤어졌다 오늘.
이별의 초점이
정각에 맞추어진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은
이 시점엔 난
빛났던 추억들과 따뜻했던
말 하나하나를
뚝뚝 흘리며 너를 미워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 와중에 거칠게 내쉬는
손으로 막다 못해
새어 나오는 입김조차도 널 닮았는데
헤어졌다는 게
너와 나의 인연의 끈,
해어졌다는 게
이제 가늘어지다 못해
끊어져버린 그 끈의 끝과 끝을
꽉 부여잡고 매듭지어 보아도
더 형편없어지는 현실이 나와 마주해
이젠 내편이 아니라며
비웃고 있는 사실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눈물이 멈췄고,
놓기 싫었던 인연의
실타래를 놓아버렸다
죽기보다 싫었던
무언가를 겨우겨우 해내고
보기보다 좋았던
실언들을 맞이하면서
두기보단 만졌던
너란 작품을 감상했던 시간이
시기와 질투 걱정과 고민 눈물과 푸념으로
돌아서는 건 단 5분도
걸리지 않았으니까
하늘이 노랗고
햇빛은 흑백 빛깔로 보였다
차가운 체념도 뜨거운 유혹도
날 차갑거나 따뜻하게
만들 수는 없었으니
가만히 서서 생각하는 법을 잊기로 했다
자꾸만 날 찌르는 기억 조각이
내 마음 벽 구석구석을 상처 입히고
또다시 비움과 동시에
새살 돋기를 반복했으니까
세상의 끝이란 거 바로 이런 걸까?
하고
정의 내릴 정도 딱 그 정도의 아픔이었다
나의 이별은
병신 같거나 초라하진 않았지만
하늘의 뜬 별을 볼 때마다
다신 하지 말자고 다짐하는 나였다
넌 도망갔고
난 잡으려 애썼으니까
넌 놔주었지만
난 손목을 잡으며 붙잡았으니까
그냥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고
그래서 툴툴
털어버리지 못하는 거라고
이래서 훌훌
날려버리지 못하는 거라고
돌아서 덜덜
떨면서 너에게 모진 말 한번
앉아서 뚝뚝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고민해
너라서 축축
젖어버린 짠내 나고 더러워진 사랑을
이젠 조금 가벼워진
눈시울을 바라보니
굳게 붙잡았던
손의 힘도 서서히 빠진다
찌워오기만 했던 슬픔 지방들을
아낌없이 소비하기로
그렇게 다짐을 한다.
다져버린 사랑 사이로
떨어져 버린 미련 한 조각, 슬픔과 섞여
더욱 유하고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그리도 어두웠던 나의 이별과
너의 모습이 눈에 다 비치지 못할 정도로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반짝반짝하게 빛난다. 내 눈은
그 빛을 다 담을 수 없는 듯
눈꼬리 끝에 흘러내리는 무언가,
이제야 따뜻해진 눈물이
볼끝을 타고 흐른다
이 빚은 누구에게서나 갚으려나.
청소를 끝내지 못한 먼지 쌓인
나의 마음에도 조금의
빛이 새어 들어온듯하다
새로운 무언가를
담을 준비를 하기 전에
새빨간 사랑 덩어리를 꺼내어
공기 중에 흩뿌린다
새처럼 날갯짓은 할 수 없다만
푸른빛 하늘이 순간이나마
선분홍빛으로 물든다
출발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길고 긴 청소가
어엿 몇 달이 훌쩍 지나가버린
계절이 2개나 지나가버린
정신 차릴 수 없었던
미워하고 슬퍼만 했었던
그 나날들을
바보같이도 난 사랑한다
또 간직하고 간간히 떠올릴 거 같다
그리고 여전히 비워내지 못한
또 매 순간
쌓이고 쌓인 사랑먼지들을
게워내고 닦아내고 쓸어 담고 매번,
가슴 한가득 담아 크게
내 쉰 한숨 한 번에
공기 중으로 흩뿌리는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