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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나눔은 번거롭기 짝이없다.

나눔이라고 해서, 약속을 쉬이 여기는 사람들

by SHOOT

결혼을 하고 이제 곧 1년이 되어가니, 군살이 붙듯 살림에도 필요 없는 것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간적인 여유가 되면 당근을 해야지라는 생각이 한쪽에 자리 잡아져 있다. 왜냐하면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이라고 하여 값어치가 없는 물건이 아닐 수 있다는 마음에 제품을 올렸고, 팔릴 때마다 묘한 뿌듯함도 느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근, 알라딘 등 중고 플랫폼을 부모님 집에 있을 때는 특정 시간을 잡아 많은 중고상품들을 올렸고, 많은 거래가 성사했었다. 그리고 때가 되었다.


당근에 다이소에서 산 잘 안 쓰던 스탬프를 나눔으로 올렸다. 원가가 워낙에 낮은 제품이라 재 판매는 안될 것이라는 생각에 올렸고, 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거니 했다. 일정 기간을 두고 판매가 안되면, 버릴 생각이었다. 물건 비우는 데 어떤 기준을 준 것이 이 당근이기도 하다.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이 타인에게도 필요 없다는 것이 끌어올림을 몇 번씩 하다 보면, 알게 된다. 그때는 미련 없이 그 제품을 버린다.


그런데 생각보다 빠른 피드가 와서 놀랐다. 이번 나눔은 처음으로 진행해 보는 문고리 나눔이었다. 보통 아이엄마들이 문밖조차 나가기 힘들 때 이루어지는 거래라고 한다. 애가 없는 내가 문고리를 하는 이유는 단가가 얼마 안 되는 제품을 나누고자 시간을 맞추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위험하더라도 집 위치를 노출시키기로 했다. 상대방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얼마나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인지 판단이 되고, 활발한 사람일수록 안전한 상대라는 인식이 든다.


상대방의 프로필을 보니 45.7도의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 일정을 잡았다. 그런데 당근 상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채팅방에 관심이 없으면 말씀해 주셔도 무방하는 의사를 비취 나의 메신 지만 덩그러니 있다. 쿠팡이 배달올 것 같은데, 나눔 가방이랑 부딪치면 어떡하나, 혹은 아파트 청소하시는 분이 쓰레기로 오인해서 버리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으로 며칠 째 방치된 제품을 보니 씁쓸했다.



그리고 다른 분에게도 연락이 왔다. 결과적으로 이 분에게 전달이 되었지만, 약속을 2번이나 미루었다. 멀리서 오시는 분이기에 이 쪽에 약속이 잡힐 때 방문하고 싶다는 부탁의 말을 승낙하였다. 하지만 의아함에 몇 번을 물었다. 이분의 프로필을 보니 꽤나 거리가 있는 곳에 사시는 듯한데, 이 4천 원짜리 제품이 의미가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공동현관에 비췬 모습은 놀랍게도 남성이었다.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생각해 보면 전에 문구템을 판매할 때 어떤 아저씨가 나와서 놀랐었는데, 딸이 어린아이여서 오히려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판단이 되지 않아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나온 기색인 것이 보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런 일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한들 이분도 약속을 2번 미루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느낀 바는 이제 나는 전과 다르다. 나는 시간이 귀한 사람이 되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보다는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라는 고민이 더 많은 사람이 되었고, 해야 할 일이 더 많은 사람이 되었다. 그러기에 어떤 기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은 헤이판다라는 앱을 통해서 일괄적으로 판매한다. 물론 그 가격은 당근으로 한 제품을 팔았을 때의 가격에 비하면 볼품이 없다. 엄청난 양을 판매하고 받은 가격은 약 4000원 정도였을 뿐이다. 시간이 있었던 때의 모든 옷을 옷걸이에 걸어서 앞뒤로 찍고 디테일한 부분을 찍어 판매했었다. 그 시간은 이루어 말할 수 없다. 이젠 그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근 판매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리기 아깝다는 마음과 이것을 기꺼이 찾아와 가져갈만한 제품인가라는 저울질에 있어 개개인의 판단은 다르다. 당근도 전략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당근 나눔의 제품 원가는 만원 이상일 것, 그리고 먼저 단호한 표현을 써야겠다. 예를 들면 선착순이 아니라 먼저 물건을 가져가실 수 있는 분과 같은 실행력이 있는 분! 아니면, 묶음으로 해서 판매해야겠다. 판매의 경우도 만원 이상이면 좋은데 몇 번 올리다가 수요가 없으면 나눔으로 전환해야겠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이제는 저렴하다고 쌓아서 집에 들이지 말아야겠다. 그런 제품이 많지도 않지만 싸서 사고 아니면 버리면 되지라고 생각하지만 내 성품에는 이 전략이 잘 안 맞는 것 같다. 물론 새로운 제품을 접할 때는 저렴한 제품군으로 나와의 적합성을 알아보는 것도 좋지만..


요즘 느끼는 것은 쉽고 나만의 규칙 혹은 시스템이 있어야지 살림이 편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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