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2-3회 운동과 건강한 식단은 사치스러운 생활양식이다.
10시 26분.
분명 남편이 해준 맛있는 김치삼겹살찌개를 먹곤, 잠깐 눈을 붙이자면 이마저도 급히 잠이 들까 싶어 알람으로 30분인 9:00시 알람을 맞췄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10시다. 일어나 보니 벌써 다음날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을 마주했을 때는 어처구니가 없어 망연자실해진다.
사실 이번 주 금요일에도 갑작스러운 오전 반차를 썼다. 눈을 떠보니 시간은 8:37분. 무언가를 판단하기에 앞서 행동이 먼저 화장실을 들리고 고양이 세수를 하고 미스트를 뿌리는 그 짧은 시간에 머리를 굴린다. 허겁지겁 최선을 다하고 간다고 한들 이미 10시는 넘을 것이다. 이 생각도 무의미하다. 일단 상사에게 전화를 했다. 이런 적이 한 번 더 있었기에, 이 시간의 전화에 직감적으로 늦잠을 잔 전화라는 것을 아는 듯한 톤이었다. 늦잠을 잤다는 사실과 함께 저번에 먼저 말씀해 주셨던 이런 일이 또 생기면 반차를 쓰는 것도 방법이다.라는 말이 스쳐 지나가 반차를 요청했다. 상사분은 급하게 해야 하는 일이 있는지 확인을 한 후, 알겠다고 했다. 상사는 유연하게 급하게 반차를 쓴 것으로 대체해 주었다.
이럴 때이면 자괴감이 든다. 늦잠을 자서 회사를 지각한다는 것은 내 인생에 거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있으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들지가 않는다. 변명을 대자면 아직 나는 욕심을 덜어내지 못했다. 아니, 욕심이라고 하기에는 생활적인 부분들이 상당수라 앞으로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 까라는 의구심이 싹이 튼다. 얼마나 더 내려놓아야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다. 물론, 근래에는 스위치온 다이어트를 하면서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일주일에 2-3번씩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은 유지하고 싶은 나의 생활이다. 그리고 건강한 식단을 하는 것도 나의 바람이다. 이 것이 그리 과한 것일까?
신체 건강을 위한 2-3회 운동과 건강한 식단을 차려 먹는 것은 생각보다 사치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몸소 알게 되면서, 과연 더 나은 가정을 꿈꿀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급급하게 나란 사람의 외부적인 일을 처리하는 것이 다일뿐이다. 하고 싶은 것에 비해 체력과 시간이 부족함을 느끼며 그 간극을 줄일 방법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조금씩 그 현실을 마주하고 있을 뿐이다.
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그나마 지금은 회사에서 어느 정도 입지가 자리 잡혀서 늦잠으로 인한 반차를 상사분이 아파서 반차 쓴 것으로 처리해 주었지만, 자주 그래서는 안된다. 혹시나 하고 채팅방을 되돌려보니 1년 2개월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이다. 불안한 마음에 챗지티피에게 물어보니 이 정도 간격이면 사람냄새가 나는 정도라고 괜찮다고 가서 열심히 일하면 된다고 한다. 좋은 상사분을 만나 다행이고, 회사는 모르겠으나 이 보다 더 좋은 상사를 만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쉽게 '응'이라는 단어가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상사만 보고 맹목적으로 이 회사에만 다녀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있다.
이보다도 당장, 내일은 무엇을 먹을지, 다가오는 우리는 우리의 신혼 1주년은 무엇을 할지, 또 여름휴가로는 어디를 가야 할지 정해야 하는 것들은 수두룩하다. 5일이라는 큰 연휴를 섰지만 효율적으로 쓰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벌써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또 지각을 할까 봐 두려운 마음에 급급하게 글을 마무리하여야 할 것 간다. 하루를 버티려면 11시에는 잠을 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