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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없는 결혼 1주년

잘살고 있고, 잘 살아가고 있다

by SHOOT

꽉 찬 주말을 비집고 일기 쓰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인생이 고통으로 가득 찰 때 글이 써진다'는 말에 은은히 공감이 가는 것은 지금 내 삶이 충만하기 때문이다.


결혼 1주년이라고 하며, 특별한 것이 있다면. 글쎄 상상했던 낭만적임은 없다. 남편은 연애시절부터 낭만과는 꽤나 거리감이 있었고, 그 걸을 알고 결혼했지만, 매번 기대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축하기념으로 사본 1주년 레터링 케이크는 모양새와는 별개로 맛이 없어, 크림을 많이 거두어냈다. 역시, 예쁜 것보다는 실용성인가. 지난 1년의 삶 회고와 앞으로를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잘살았고, 잘 살아갈 것이다.

그렇긴 하다. 우리는 잘살고 있다. 남편이 집준비를 잘했고, 비교적 먼 거리로 출퇴근하지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매일매일이 평온하다. 그러고 1년에 3번 정도 싸웠으니 우리, 나름 잘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1년의 절반을 해외 출장 가 있는 남편의 덕분도 있다.


일단, 집이 좋아야 하긴 하다. 화장실이 2개니 싸울 일이 적다. 28평 정도에 사니 쓰레기를 쌓아두어도 답답하지만 버틸만하다. 어느 정도의 기반은 싸울 씨앗을 없애는 것 같다. 한편 그만큼 삶의 질을 더 떨어 트릴 자신은 없다. 사실 결혼 전보다 후가 내 삶의 인프라는 더 좋아졌다. 경기권으로 오면서 얻은 교통의 불편만큼 집안의 생활은 꽤 괜찮다.


서울에 살 때 심심하면 타임스퀘어에 가서 서점과 각종잡화점을 들리며 즐겼던 쇼핑도 이곳으로 이사 와서는 스타필드가 있어 집에 있기에는 답답해하는 나에게 적당한 외출거리인 쇼핑이 있어 좋다.


앞으로의 삶의 기점에는 아이가 크게 중요할 것 같은데,

나는 여전히 무섭기만 하다, 벌써 한해의 절반이 지나갔다. 우리의 결혼기념일은 6월 15일 딱 절반이다. 그래서 결혼생활뿐만 아니라, 내 삶을 점검하기에도 좋다.

꽤나 빠듯한 하루에 출근길에서야 주말일기를 쓰는데, 슬슬 1년의 점검도 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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