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의 일본
12시간 가까이한 버스투어로 피곤했던지라 푹잠을 자니 기상시간은 9시 반이다. 푹 잔 것치고는 일찍 일어났다. 왜냐하면 평소 근무를 하던 때는 주말에 거의 10시 반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여행에서의 시간은 금이라고도 하지만 잠자는 것만큼은 무절제하게 지내기로 한다.
출국시간은 4시, 역으로 계산을 할 때 12시 반에서 1시 사이에는 체크아웃을 해야 한다. 캐리어를 얼추 정리하고 아점식사와 함께 마지막으로 못 가서 아쉬웠던 곳들. 조금 더 사고픈 것들을 사기 위해 시내로 나갔다.
조금 이나마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방문하기로 했던 백화점 아래 푸드코트를 갈 생각이었지만, 다른 곳을 갔다. 숙소를 오가면서 보던 라면집인데, 대기줄이 늘 길었던 그곳이 오픈시간 전이라 대기시간이 길지 않았다. 다행히도 오픈과 함께 테이블좌석을 바로 배치받았고, 곧 라면은 나왔다. 라면의 본 고장이라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이탈리아의 스파게티처럼 오히려 본고장의 음식이 관광화가 덜 되어 외지인이 먹으면 맛이 없다고 느낄 수 있다던데,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일본 라면의 전체적으로 느끼했다. 다음 기회가 있다면 매운 라면집을 찾아가 먹고 싶어진다. 현지 와서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맛있었던 게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차다. 이 느끼한 국물을 잡아주는 데 이 차만 한 게 없었고, 그래서일까? 차문화가 발달된 나라이기에 다양한 차종류가 있어 편의점에서 차를 종류별로 먹는 재미에 빠졌다.
그리고 이런 큰 체인점이 아닌 일반 로컬식당이나 대중교통을 탈 때면 느끼는 것이 덥다. 우리나라처럼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땀을 식히기 위한 얼음팩주머니 혹은 땀을 딱기 위한 수건들이 사이즈별로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것은 별로 없지만 작은 것은 많은 나라 일본을 보며 동전문화 때문인 걸까! 일본인들이 작아서 작은 걸 만드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남편은 다른 생각이 있었고 꽤나 흥미로운 관점이었다, 바로 비용절감이다. 전기료가 비싸니깐 아끼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작으면 작을수록 공간을 덜 차지하기에 작게 만드는 것 아닐까라는 의견이다. 공간도 값이 든다. 비싼 공간을 물건이 덜 차지하기 위함이다.
잃어버린 일본의 30년이라는 말이 있다. 이들은 이렇게 극도로 절약을 하면서 생존한 것 아닐까? 설득이 되는 것은 생각보다 일본의 물가가 비싸지 않다고 느껴졌다. 합정에서 일하며 먹는 점심값으로 보통 만원을 잡고, 기분 좋게 먹을 때는 14000원까지도 생각한다. 일본 관광지에서의 물가는 한 끼에 1500~2000엔 정도로 비싸지 않았다. 몇 년 동안 지속된 저성장에 사람들의 소비를 일으키기 위해 저렴하고 고품질의 물건들이 나타나기 시작해 유니클로와 무인양품 같은 브랜드들이 나왔다. 저렴하지만 일본이라는 국가적인 이미지까지 합쳐져 꽤 단단한 국제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아가는 것 같다. 작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유니클로를 보았으니 말이다.
유니클로와 무지의 본국, 일본에 왔으니 마지막날 아쉬운 마음에 들려보고 느낀 점은 살 것이 없다. 저렴하고 고품질인 것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일본에서만 보이는 제품들을 소개하는 코너도 딱히 없고, 저렴한 제품이기에 사가는 것보다 필요로 할 때 사는 것이 더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화장품도 이제는 k뷰티가 대세인지라 쟁여갈 것이 많아 보이지 않았다. 역사 콘텐츠는 유럽 쪽이 강하다. 그러니 일본은 만화콘텐츠를 즐기지 않고서야 큰 매력이 없는 것 같다.
요즘 k콘텐츠가 뜬다고는 하나 일본의 만화콘텐츠에 비하면 아직 시작단계이고, 역사는 유럽을 이길 수 없다.
인건비나 물가가 비슷해진 시점 우리는 무엇으로 일본으로 가는 관광객을 끌어올 수 있을까? 생각하면 답이 안 보인다. 일본을 보며 느꼈다. 자원을 아끼는 것이 아껴야 한 살기 때문 같았고, 우리도 그때가 곧 올 수 있다는 점이다. 나라를 걱정하는 것이 꽤나 늙은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타지에서 살 것이 아니라면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우리나라가 잘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
다음 여행지로 어디를 떠날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일본은 멋진 나라로 인상이 남지 못해서인 듯하다. 한국인여성의 입장에서 화장품도 매력적이지 못하고, 음식도 한없이 먹기에는 배가 적다. 치안하나는 당연 안전했다. 우리나라 수준으로 핸드폰이나 가방을 두어도 되었고, 백팩을 메고 다녀도 안전했다.
이번여행에서 느낀 바는 일본도 살기가 어려운 지, 여기저기서 비용절감의 흔적이 보이고,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과거처럼 압도적인 세련됨이 있지도 않다. 이제는 비행기 타는 기분으로 가는 저렴한 나라가 된 것 같다. 확실한 휴양으로면 동남아로..!
이런들 저런들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던 ‘리프레쉬'는 성공적이었던 8월 끝자락 여름휴가라 하기에는 곧 추석이 다가오는데 열심히 또다시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