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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하게 살아가기

그건 너사정이고, 칼누협, 칼퇴, 지팔지꼰

by SHOOT

지하철에서 쓰는 밀린 주간일기는 내 처지를 반증하는 듯하다. 지금의 나는 흐릿한 눈으로 살아가고 있다. 흐릿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힘든 순간을 지나가는 효과적인 전략일 수 도 있다.


어느덧 9월 말을 향해가고 있다.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보내기 시작했고, 그 일은 현 시점까지 지속적이니 얼마나 더 이리 살아야하나 내 삶과 업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인생의 선명도를 올리라는 현생의 성공격언과는 다르게 흐릇하게 살아가는 내 삶의 자세에 대해, 순간이라고 하기에는 꽤나 긴 시간(6개월)을 흐릇하게 보내고 있다. 그러기에 보상이 오기까지 기다릴 체력이 나에게 있는가.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 지난 금요일 사장은 '그건 니 사정이고'라는 말을 했다. 2번째다. 나는 이 말을 참 싫어한다. 왜냐하면 강자의 편에 선 부정적어휘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기꺼이 배려할 필요도, 한치의 손해도 볼 것같다면 시작조차 안하게 만드는 방어적인 말이다. 칼퇴, 칼누협, 지팔지꼰 등이 이런 말이라고 생각한다.


사장의 사정이라고 하기에는 여름휴가, 설휴가, 추석휴가를 앞둔 보상심리로 급작스러운 일을 주는 것을 기꺼이하는 우리들에게 할 말인가. 이번 일로 사장에 대한 신뢰도 무너졌다.


팀장님께 서운한 감정을 티내고, 힘든 기색을 내보아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순간의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이 큰 도움이지만 이제 그 선은 넘었다. 힘들다는 말을 할 때는 이미 늦었고, 서운한 감정이 생기는 것은 이미 쌓인 긍정의 생각이 사라졌기때문이다.


삶이 건조하여, 작은 불씨에도

마음이 타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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