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는 만드는 중
핸드폰에 푸시업으로 켜지는 화면을 평소처럼 무시하지 못한 채, 눈길이 자꾸만 간다. 오늘은 월급날이다. 새롭게 인상된 월급이 들어오는 첫 달이기 때문이다. 직장인이라면 이 날만을 기다리며 회사를 다니지 않는가? 그리고 올해. 회사 새 사업에 투입된 인력으로 초반에 이야기 나누었던 일의 범위와 기간보다 초과하여 근무하였다. 그 사업 자체는 매출로 큰 성과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다음 프로젝트에 예시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견본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고, 이미 다음 2개의 계약이 있다.
정작 신경이 쓰일 때는 보이지 않던 푸시업, 갑작스러운 일에 한숨 돌리고 나서야 킨 앱에서는 동일한 월급이 들어와 있다. 부정을 하듯, 이번에 인상된 금액이 들어오는 것은 아닌지, 몇 번이고 회사로부터 들어온 월급을 개월수를 헤아려 본다. 그렇다고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이번이 인상된 금액이 들어오는 달이다. 안 들어왔다는 것은 동결되었다는 소리이다. 금세 마음은 어떻게 이렇수 있지라는 마음에 불바다가 되고, 일이 잘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올해 3월 회사에서는 해고를 암시하는 공지를 띄웠었고, 그 결과가 슬금슬금 나올 때이다. 정량적인 성과와는 달리, 정성적인 성과를 도출한 내가 동결이라는 것은 타인의 해고가 합당성을 뒷받침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는다.
어떻게 나는 보상받을 것이라는 생각에, 인상을 기대한 것만큼 알아서 감축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것은 나의 결과는 다르다. 나는 어떤 형태로의 보상을 받아야 할까라는 질문에 적당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태이다. 다만, 이것을 구실 삼아 하기 싫은 업무에 대한 명분을 조금이나마 세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자리잡니다.
연봉인상에 대한 기대감은 나뿐만이 아니다. 친한 마케터 입사동기도 올해 가장 많이 일을 한 직원으로 나를 생각하고 있어 내 연봉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언제고 한 번은 물어볼 터이다. 그때 어른으로서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도 고민이 된다. 회사에 있는 한 과장님은 자신의 동결을 공공연하게 이야기를 하고, 개인적인 자리에서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직원에게도 말을 하며 사기를 저하시켰다. 그리고 그 모습이 결코 좋아 보이지 않아, 반면교사 삼아 그렇게 대처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다. 지금 그와 같은 처지여서 심정은 이해가 가나, 멋진 사회어른으로서 뵈고 싶다. 물어본다면 담백하게 이야기를 해야겠다.
이런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퇴사하게 된 대리님과 이야기를 했는데, 그 자체가 못난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나와의 일이 도화선이 되어 퇴사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취업을 하지 못한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동결이 되었다는 소리는 배부른 소리 같아 보인다. 그럼에도 당신은 언니니깐 내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하고 이야기한 것이 어쩌면 그녀가 말하는 진짜 '내가 그녀를 만만하게 본다.'라는 나의 어두운 모습인 것 같다. 나에게 친절한 사람에게 더 잘해주어야 한다. 그런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엎질러진 물을 어찌할 순 없지만, 다음에는 아무리 공감을 잘해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처지를 파악하여 말을 하는 배려가 더 필요하다.
그리고 , 보아라. 지금 퇴사한 대리도 결국 이직을 하고 정착하지 못하였고, 또 이직처를 찾고 있다. 무작정 나간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연봉 동결이라는 사실에 가려져서 지금 받는 연봉이 적은 가에 대한 지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구직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는지에 대한 파악이 우선이다.
연봉, 그리고 근무시간에 대해서는 만족하지만 전체적으로 타 부서 조직원에 대한 어려움이 큰 조직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번에 팀장님께서 호되게 경험을 하셨다. 의사소통에 대한 피로함을 떠넘기는 타 부서 사람들로 인해서 주객이 전도되어 무의미한 일의 반복과 일정기한을 넘어선 무리한 일을 직접 경험하셨다. 동일한 상황에 놓였을 때 팀장님은 무기력하게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말씀을 하시곤 일을 처리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저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마음은 조금 풀렸지만, 내심 속으로는 과연 자신이 그런 일을 경험하고도 그럴 수 있을까라는 약간의 의심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기에 저 말에 무게나 깊이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앞으로는 적어도 조금 더 생각하고 말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