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OOT May 18. 2023

일기가 제법 귀찮아지지만, 이 순간이 그리워질 거야

제주도 한달살기 D+22 / 내 컨디션을 조절가능할 때쯤

22일 차 오늘은 제법 일기 쓰기가 귀찮아지고 있다. 일기를 쓰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이제는 제주도에서의 긴장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내일이면 또 비가 온다고 한다. 이제는 비가 오면 할 것들이 머릿속에 대충 그려진다. 초반 때는 비가 온다고 하면 그날이 아깝다는 생각과 이렇게 한 달이 훌쩍 지나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는데, 비소식에 제법 청소를 하고 가까운 곳을 갈 생각을 한다. 나만의 비오는 날 제주활용법이 만들어지고 있다. 요즘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있는데, 내심 나도 떡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은근히 관종인 나는 sns를 꽤 하는 편이다. 회사도 관두었겠다. 유튜브도 일주일에 한 번올려야지 다짐했다.


이렇게 나는 퇴사 후 하고 싶은 것들로 시간을 온전히 쓰고 있다. 첫 번째가 유튜브고, 두 번째가 제주도 한달살이다. 아직까지는 이 일상이 즐겁다.


https://youtu.be/cUUfVDU6LeQ

이 기간이 그리워질 것이라는 예감이 난다. 유튜브가 레드오션이라고 하던데, 그것과는 별개로 내가 직접 나중에 소비할 영상도 만들어 올릴 계획이다. 알작지 소리를 오래 기억하고 싶다. 네이버 블로그에 일기를 꾸준히 하게 된 이유도 네이버 블로그에는 그날 올렸던 글에 대해서 쭉 업로드를 해준다. 그러면 8년 전 이날에 쓴 나의 기록물도 볼 수 있어서, 그 재미가 있다.


내가 나를 보는 재미. 내가 이랬던가? 지금의 유튜브는 어쩌면 다음에는 없을 수 도 있는 나의 마지막 자취생활에 대해서 보고 싶어 질 것 같아서 올린다.


그리고, 다시 듣고 싶을 제주도 바닷소리 asmr, 그리고 키보드 소리 그런 것들을 올릴까 한다. 나만의 영상 mp3 같은 것이다. 지금 머릿속에 이런 거 저런 거 올릴 생각이 나는 것을 보니 유튜브도 나름 재미있는 것 같다. 생각보다 나는 기록을 남기는 것들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제주도에 와서는 하루하루가 남기고 싶은 것들 투성이라서 기록을 하는 시간을 따로 할애를 할 정도니깐 말이다. 22일 정도가 되니 이제 내 컨디션이 좋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활동량을 알게 된 것 같다. 나는 10시쯤에 출발해서 5시쯤 집에 들어오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왠지 9시에서 6시까지 놀다 오는 것은 괜스레 노는 것을 일하는 것처럼 하는 것은 아닌 지 그런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리고 산보다는 숲보다는 바다를 좋아하고, 바다를 좋아하지만 직접적으로 물을 가지고 노는 것보다는 물과 바람을 맞이하며 카페에서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햇살이 듬뿍 받아서 빤작이는 바다의 잔 물결을 사랑하며 바다의 흰모래를 좋아한다. 그래서 마지막 제주도의 날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다를 다시 한번 보러 갈까 한다. 그런데 그러려면 이틀전에 숙소정리가 어느 정도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택배도 보내야 하고 그러니깐 그전에 짐을 또 조금씩 정리를 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진짜 벌써 다가온 것 같다. 다가오는 금요일 19일에 남자친구가 오기로 했다. 내심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못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또,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않았다고 하면 그 또한 거짓말일 것이다.


아마 남자친구가 가고 나서 집을 정리하면서  본격적으로 나도 퇴실할 준비를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방문을 한다고 하니 묘하게 설렌다. 왜냐면 이제는 평생 없을 수도 있을 이 한 달 자리  방에 남자친구에게 밥을 해줄 생각이기 때문이다.


언 5년을 사귀었는데, 생각해 보니 나는 요리를 해서 준 적이 없다. 나... 여자 친구인 걸까? 보통의 연인들이 남자친구와 여의도 꽃놀이를 가거나 그럴 때 한 번은 그래도 김밥을 싸서 해주지 않나? 생각해 보니 나는 그런 적이 없다. 아, 그래도 빼빼 도는 만들어서 준 적이 있다.


온전히 내가 주도할 수 있는 주방이 생기자. 나는 어설프더라도 내가 해준 요리를 주고 싶다. 김치도 이마트에서 파는 김치로 하는 것이겠지만 벌써 나는 그 김치로 김치볶음밥을 하고 싸 온 통깨와 참기름을 이럴 때 쓰는구나.라는 생각에 가져온 보람을 느낄 것이라는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역시 김치볶음밥에는 계란프라이 그리고 김이 있다면 최강의 조합이다.


그리고 냉장고에 과일도 조금 넣어서 깎아줄 생각을 하니 것도 즐겁다. 아니 여행 와서 사 먹어야 하는 건 데, 나는 내 방이 생겼다는 생각에 사 배달 음식이 아닌 해줄 생각에 설레하고 있다. 이래서 한 번 자취를 한 친구들은 어떻게 해서든 독립을 하던가 자연스럽게 독립을 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집에 있을 때는 주방에서 마음껏 실패할 자유도 내가 원할 때 정리할 권한도 없다. 그런데 이 공간에서는 내가 쉬고 싶을 때는

쉬고, 정리를 마지막에 쏵하면 된다. 오히려 이런 소소한 것들이 성취감이 된다. 물론, 이제는 제법 요리를 하는 것이 조금 귀찮아지고  있다. 여기가 아무리 냉장고가 있고 조리기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제 남은 기간은 일주일 남짓인데 냉장고를 아슬아슬하게 채워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내일은 비도 오고 강풍도 강할 것으로 예상이 되고 하루종일 집에 있을 까하는 데, 그 다다음날에..


잠만, 이런 확실히 이곳에 있으면서 요일개념이 사라졌다. 오늘은 수요일이다. 연인은 금요일에 온다고 하고

내일은 연인을 오는 것을 준비해야겠다. 제법은 제주도민스러워지고, 제법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조금씩 더 알아가게 되는 것 같다. 마지막 날에는 꼭 내가 가장 사랑하는 바다에 가서 멍을 때리고 와야겠다. 구태어 새로운 곳을 가지 말고, 나만의 의식처럼


작가의 이전글 약 먹을 만큼, 너무 열심히 놀았던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