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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OT May 19. 2023

아직 한달살이 중이지만, 사진첩을 정리합니다.

제주도 한달살이 D+23 / 삭제함으로써 해방감을 얻게 되다.


지금 로딩 중에 일기를 적고 있다. 아마 일기를 쓰다가 나는 핸드폰을 뒤집어 볼 것이다. 업로드가 늦어진 이유는 핸드폰 용량이다. 그러고 보니 용량을 그리 큰 것을 산 것도 아니고, 이 핸드폰은 3년 이상 쓰면서 그간 쌓인 사진이 많은 것이다.


이왕이면 고사양으로 올리고 싶었던 나는 몇 시간에 걸쳐서 용량 줄이기를 했지만, 실패하고 지금은 어느 정도 포기하고 영상을 업로드한다.


그런데, 참. 쉽지가 않다. 사진을 지우고, 앱을 지우고, 문서를 지우고 그래도 고화질이 추출이 안된다. 앨범앱에 들어가서 편집하기로 영상만 모아 본다. 과거의 영상들을 삭제한다. 여전히 부족하다.


사진들을 고르며 삭제한다. 처음에는  불필요한 사진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지웠다. 부족하다.


그다음으로는 음식위주의 사진을 지웠다. 부족하다. 고민을 해본다. 웬만하면 삭제하지 않았던 종류의 사진이 있다. 바로 야근인증사진이다. 퇴사를 하고 난 이 시점에서도 나는 이 사진을 지우기를 망설이고 있다. 갑자기 스쳐 지나가는 인스타 릴스가 생각났다.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예시를 보여주는 릴스였다.


유리컵 깨끗한 물에 한 움큼의 흙을 넣는다. 그리고 그것을 억지로 수저로 빼내려고 한다. 그런데 수저는 포기하고, 갑자기 엄청난 양의 물을 부어 넣는다. 그랬더니 유리컵 안에 안에 있는 물들이 역류를 하며 흙들이 나온다. 이 방법이 마음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부정적인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양의 긍정적인 경험을 넣으면 된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야근하는 사진을 지우기를 망설이는 행동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미련하다. 야근을 기록한 사진 과감하게 삭제한다. 마음이 한 결 오히려 편해진다. 회사로부터 벗어난 기분이 든다.


제주도에서 쌓은 긍정적인 경험을 퍼붓기에도 부족한 핸드폰 용량에  지난 회사의 퇴사인증사진이라니. 참. 그렇게 삭제하고도 용량이 부족하다. 무엇을 삭제할 까 고민을 하다가,  회사에서 내 마음을 아프게 했던 사람들 찍었던 사진들을 지웠다. 이미 카카오톡에서는 숨김을 한 사람들이다. 아직 내 마음은 온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사진 첩 사이사이에 껴 있는  그 사람들의 사진을 지운다. 사진 틈에 껴 갑자기 나온 그 사진들은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럴 가치가 없는 사진이다.


여전히 용량이 부족하다.결국은 몇몇 사진 풍경사진들을 지웠다. 그러니, 2020년 5월에서 2023년 5월까지 3년이나 쓴 사진이지만 결국은  2천500장 정도의 사진만 남아있다. 1년에 800장 하루에 2장 정도의 사진만 남긴 것이다.


나의 소중한 연인, 가족, 그리고 동료 오래 기억하고 싶은 새로운 경험에 대한 흔적들 이렇게 남기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핸드폰을 바꿀 때 일부러 연동해 달라고 하지 않는다. 한 명 한 명 연락처를 직접 저장하면서 저장하지 않을 사람을 선발한다. 오늘은 하루종일 이 작업을 한 것 같다. 몇 번의 단계를 거칠 때마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만 남게 되었다. 유튜브에 올라간 영상은 영 화질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내일 이어서 다른 방법으로 작업을 해볼까 한다. 하루종일 작은 핸드폰을 들고 사진실랑이를 해서 그런지 두 눈이 뻐근 하지만 오히려 많은 사진을 삭제하고 해방감을 느낀다. 핸드폰이 왠지 더 정갈해진 것 같다. 주기적으로 많은 것들을 지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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