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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OT May 20. 2023

오빠가 왔다. 연인을 기다리는 마음

제주 한 달 살기 D+24 / 유명하지 않으면 어때

남자친구가 한 달짜리 내 자취방에 방문했다. 저번에는 남자친구가 대만으로 출장 2달 가고, 서울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게 되었다. 부쩍이나 바빠진 오빠의 회사생활 때문에 내심 방문하기를 기대했으나, 과한 바람은 아닐까 생각했던 중이라 방문이 더욱 설렌다. 힘든 시간을 쪼개서 오는 만큼, 제주도에서의 시간은 되도록 쉬는 시간을 보낼 계획이었다.


그 와중에도 제주도의 하루가 소중한 나는 방문 예상 시간 오전에 구엄리돌염전을 구경하고 제주공항으로 향하게 되었다. 공항에서 약간의 대기를 할 생각이었는데..! 연락이 잘 안 되던 남자 친구에게서 답문이 아닌 전화가 왔다. 비행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응..? 황당하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발했는데, 예상시간보다 더 소요가 되어 놓쳤다고 한다. 황당함 뒤 약간의 화가 몰려왔다. 방문한다고 하여 어제부터 청소를 하고 오전 관광도 짧게 하고 간 공항이었다. 아무 말 없이 계속 핸드폰을 들고 있다. 할말을 잃었다. 꼬리를 물어오는 질문을 속으로 퍼붓는다. 질문을 퍼붓는다고 한들 해결되는 게 없다. 일단 황당하다는 마음만 전달하였다. 다른 관광지를 갈까 고민하다 숙소로와 근처에 있는 카페로 방문해 본다.


에이바우트라는 곳인데, 서울에서는 중가 브랜드로 이디야가 자리를 잡고 있다면 제주도는 이 에이바우트라는 브랜드가 꽉 잡고 있다. 제주도 여기저기 있어서 언제가 한 번쯤 방문하겠지 했는데 오늘이 그날이다. 애매하게 시간이 뜬 이 시간 확실히 실거주인들이 많다. 많은 카공족들과 드라마시청족들이 있었다. 몇 번 유튜브 녹음을 시도했으나, 너무 조용한 공간 부끄러워 포기하곤 sns계정을 정리하곤 1시간 정도 쉬었다가 들어간다. 조용한 공간에서 유튜브를 녹음하며 역시 혼자 있으니 이 공간이 녹음실도 되는구나를 느낀다. 혼자 있는 공간은 내 쓰임에 따라 다양하게 변한다. 서울 내 방이라면 아마 그 카페에서 처럼 숨죽여서 녹음하거나 집안에 사람이 비길 바랄 것이다.


신나게 조잘거리며 녹음을 하는 중 오빠에게서 연락이 왔다. 대기석이 나지 않아 5시 40분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집으로 안 왔으면 어우... 아니다.  차라리 다른 관광지라도 갈걸 그랬나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하루도 버려진 건 아닐까 생각하다. 남자친구는 기꺼이 자기 시간을 투자해 온 것이다. 그 마음이 이쁘지 않은가? 생각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내려오라는 말에 후다닥 두리번거리다 보인 남자친구의 미소에 웃음이 배인다. 요놈, 마음이 녹는다. 빨리 가서 일단 짐풀자하고 올라온다. 마음이 꽉 찬다. 보니깐좋다. 우리는 올라와 포옹을 찐하게 한다. 하필 올라오는 엘리베이터에 배달원이 있어 포옹을 아꼈다. 이래저래 8시 10분이 되었고, 내가 알아두었던 맛집들은 문을 닫았고, 가기에는 피곤한 곳들만 남아 배민을 열어본다.


오랜만에 피자가 먹고 싶다는 오빠가 직접 고른, 피자집. 유명해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 울오빠의 선택!오빠 말 데로 꼭 유명한 데서 먹어야 하나 우리들이 맛나게 먹으면 그만이지. 일요일 아침이면 가버리는 오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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