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OOT May 24. 2023

제주도 한달살기를 하며 같은 장소를 3번가다.

제주도 한달살기 D+28 / 바다는 조용한데, 내 마음은 고양된 하루

오늘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마지막 해변을 구경하러 갔다. 내일은 택배집하 및 캐리어 정리를 해야해서, 외출이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한달살기를 와서 가장 좋았던 함덕해변. 이번에는 제대로 슬리퍼도 챙겼다. 물을 발에 담그며 뭐 얼마나 즐겁겠냐마 의심이  행복감이 몰려온다. 발을 넣는 순간 물이 차갑다. 그러나 이내 그 온도에 익숙해져서 나는 물가를 서성거리다가 왔다. 이번에는 이 카페에서 머그 컵을 살 것이다. 눈에 자꾸만 아른 거리는 것이 도저히 못참겠다. 웃기게도 제주도에 와서 다른 사람들의 기념품을 조금씩 샀는데, 정작 온전히 나에게 선물해준 것은 없다. (우산은 뽀개져서 사는 것이니 온전히 기념품의 의미는 아니다!)


제주에 한달살기 한 것이 이미 선물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머그컵이 내심 마음에 들었지만, 집에 이미 고양이발 모양의 커피 깔대기 모양의 투명 컵, 그리고 얼굴덜룩한 컵, 각양각색의 컵이 있다. 서울 본가의 집주인, 어머니께서 나의 개인컵이 너무 많이 늘어나는 것을 싫어하신다. 그래서 사고 싶은 마음과 엄마의 잔소리 사이에서 마음을 갈팡하다가 나중에 이 카페를 뜰때도 아른 거리면 주문해야지 하면서 음료 주문만 먼저 할 예정이었다.


음료 주문을 하면서 추가로 직원에게 혹시 '컵주문은 샘플을 가져와서  말하면 되는 건가요?' 라고 물어보았다. 진열되어 있는 상품에는 먼지가 쌓여 있어서, 진열된 상품을 가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 상품을 꺼내주는 지가 궁금했다. 이 마음도 말하니. 직원은 '컵도 구매하시는 건가요?'라고 되 물었다. 헛. 나는 음료를 다 마신 후까지 사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사려고 했는데. 나의 질문들을 이미 사고자 하는 사람의 질문들이었다. 그 자리에서 마음을 결정했다. '네.' 직원이 새로운 컵을 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가져온 컵은 마지막 컵이고 더 이상 재고가 없다고 한다. 순간 눈에 찍힘이 보였는데. 괜찮겠지 하고 음료를 기다리며 살펴보는데 자꾸만 마음에 거슬린다.


그래서 혹시 진열된 것들 중에 바꾸어도 되냐고 물었다. 약간의 진상같아 보이는 것도 같지만. 먼지가 쌓인 제품이라도 유리컵에 찍힘이 없는 제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작은 우여곡절까지 들인 이 컵은 나에게  굉장히 큰 의미이니깐. 여러번 문의를 한 나에게 직원들은 친절하게 응대하고 바꾸어 주었다. 또 방문할 만한 곳이군 생각이 든다.


다시 컵을 들어본다. 아마 한 동안 이 컵만 쓸 것이다. 집안에서도 내 전용을 만들기 좋아하는 나는 그렇게 내 전용컵을 만들어서 쓰곤 했다. 컵은 매일매일 손이 간다. 이 컵을 쓸 때마다 이제 제주가 생각날 것이다. 이 바다가 생각날 것이고, 바다를 보며 생각했던 것들과 감정들이 떠오를 것이다.  나는 이 카페를 총 3번 왔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내 감정은 화가 나 있었고, 두 번째 방문했을 때는 허무로 가득차 있었고, 세 번째 방문했을 떄는 충만함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 감정의 변화까지 컵에 담겨있다.


나는 산보다는 바다가 좋다. 산은 끝이 있지만, 바다는 끝이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딘가로 뻗어 나간다. 고요한 것 같지만 끈임없이 반복적인 동작을 하며 모습은 가까이서 보면 어쩔 때는규칙적으로 햇빛을 받아 조각 퍼즐 처럼 보이고 그때그때의 햇살과 바람에 따라서 바다는 그 모습이 시시각각 바뀌면서도 우리는 바다하면 생각 나는 이미지 하나로 퉁을 친다. 내가 바다를 이렇게 사랑 했던 가 싶게 바다는 참 매력적이다. 이 컵에 제주도의 풍경을 담아간다. 혹시 아나 다음 한달 살이는 내가 자동차 운전면허를 따고 제주도 구석구석을 돌아다닐지? 내 인생에서 언제 한 번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런 시간이 있기는 할까?라는 생각. 없지 않을까? 그러고 싶지 않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제주도 한달살기에서 무엇이 가장 좋았냐고 한다면, 나는 내 공간을 가진 것이다. 이것은 꼭 제주도가 아니어도 가능하다. 하지만 쉽지 않다. 대부분의 독립을 한 친구들은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대학을 다니거나, 직장생활을 시작 하면서다. 아마 그래서 나는 그 어떤 강력한 계기가 있지 않다면 아마 부모님과 그 전에는 함께 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 시간이 많이 그리워 질꺼라는 생각이 든다. 속으로 다음을 기약해본다. 그전에 다음 한 달 살이는 그러면, 프리랜서로 사회초년생정도 벌 때쯤에 하자. 이런 생각을 해본다. 프리랜서 생활을 할지에 대해서 확정을 하지도 않았으면서 내심 그런 다짐을 해본다. 사회초년생 정도의 연봉의 프리랜서라면 스스로에게 충분히 격려할 만하다. 이 컵을 보며, 이 다짐도 생각이 날 것이다.


다시 한 번 들리길 정말 잘 했다. 다음에 올때는 어떤 마음으로 올까.  나는 바다를 보며, 고용된 마음을 가졌다.




작가의 이전글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을 정도의 비효율적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